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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May 15. 2024

H에게

너에게 글을 써보라 추천한 건 나인데 어쩌다 보니 내가 글을 쓰고 있어. 오늘 문득 밥을 먹고 씻으며 외출 준비를 하는데 네 생각이 났어. 아마도 네가 올린 글귀와 사진 때문이었을 거야. 무던히도 일상을 잘 보내고 있는 너에게 난 왜 이리 마음이 쓰였을까.

"괜찮아?"라는 연락을 하기엔 아직까진 네가 괜찮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연락하진 않았어.


너와 통화로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고 난 뒤 끊고 나면 나는 '내가 주제넘었나?'라고 생각이 들 때가 있어.

누구의 마음 크기가 컸는지 작았는지 잴 수는 없지만 난 반쪽뿐인 마음이었고 넌 함께 나눈 마음이었으니 '내가 너에게 위로를 해줘도 되는 것일까,,?' 하고 말이야.


그럼에도 너에게 글을 써보라고 한 건 몇 번 말했듯 난 너의 글이 좋아. 그래서 어쩌면 나보다 더 좋은 글들을 많이 남길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시간들을 통해 너의 복잡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냥 이렇게 편지 형식이어도 좋고 주절주절 아무 말이나 써보아도, 짧은 글이어도 좋을 것 같았어. 머릿속에 드는 생각들과 미움, 그리움, 보고픔,, 글로 적는다고 해서 그러한 감정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위로가 될 때가 있더라고. (물론 한 가지 너에게 말해지 못한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면 글을 쓰면서 그 시간들이 더 애틋해질 수도 있다는 거야.)  글을 쓰는 시간 동안 그리고 쓰고 난 뒤 천천히 다시 읽어보며 나의 생각과 감정들을 다시 되돌아봤었어. 그 시간이 가장 이성적이었던 것 같아.  

물론 이건 나의 경험이니 너에겐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누군가에 글을 우연히 읽고부터였어. 이별 후 쓰인 글인 것 같은데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히 적어놓은 것을 보며 조금은 놀랐던 것 같아. 그 글을 읽고 난 뒤 친분은 없지만 그분의 지금 사랑을 응원해주고 싶었어. 그리고 나 역시 그렇게 솔직하게 글을 쓰고 싶어졌나 봐.

물론 나는 너와 D양에게 또다시 걸려버려 이제는 솔직한 글을 쓰는 게 살짝궁. 신경 쓰이지만 한편으론 나에게 (크게) 관심 없는 너희들임을 알기에 이 글도 네가 언제 볼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쓰고 있어.(특히나 난 너의 아이디를 모르니 넌 좀 더 솔직하게 니 글을 써도 될 것 같아)







얼마 전 통화하며 지인 만난 이야길 내가 했었잖아. 그림책 작가이기도 한 그분은 나의 더미북을 보고 좋아도 해주었지만 한편으론 주인공은 왜 기다리기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건지. 그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말해주었다고.


난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며 한 번도 안 해봤던 행동들을 해봐서 많은 걸 했다 생각했었어. 근데 그 이야길 듣고 다시 그림을 떠올려봤는데 주인공이 아빠를 직접 찾으러 간다거나 다른 노력을 해본다거나 모험 없이 마냥 바라고 기다리기만 할 뿐이었더라고. 물론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반박 혹은 변명할 거리는 많지만 그럼에도 나에 비하면 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 그러니 더 이상 너 자신을 탓하지 말고 후회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었어. (너의 이야길 들으며 지난 나의 시간들이 떠올라 충분히 공감돼서 나 역시 속상했거든.)


그 사람을 사랑하며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고 말했었지? 충분히 값어치 있는 순간을 얻었다 생각해.

아무렇지 않다가도 순간 갑자기 그립거나 울컥한 순간이 찾아오겠지만 그럼에도 네가 지금처럼  이겨내며 지냈으면 좋겠어. 우리 만날 땐 조금은 평안해 있길 바랄게. 그때 우리 다시 이야기하자.



-붕어빵 이야기가 제일 좋았다는 말도 고마워. 나도 제일 좋아하는 하나야.

 내 모든 이야기에 시작이었거든. 너에게도 부디 그런 이야기가 있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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