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 사이즈도 제대로 모르면서

by 이작가야

속옷을 싹 다 버려야 할 시기가 왔다.
원래 브라의 수명은 6개월에서 1년이라는데 어떤 여성이 그걸 철저하게 지킬까. 과연 몇이나 될까? 브라가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에탐이라는 프랑스 브랜드를 좋아해 신논현 갈 때마다 꼭 매장에 들러 구입하곤 했다. 그러나 에탐은 매장 수가 줄더니 부진한 매출 탓일까? 아예 철수해 버렸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속옷 유목민이 되고 말았다.

옛날과는 다르게 요즘은 편안함을 가장 중요시해서 노 와이어가 많다. 그로 인해 심리스 제품들이 많이 보인다. 나는 편안함도 좋지만 예쁜 게 좋은데.. 보기에도 딱 예뻤음 좋겠는데....
오랜만에 찾아보는 속옷 브랜드들은 하나같이 심플한 심리스 제품들을 베스트로 내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끈이 두꺼운 것도 싫은걸...?

얼마 전엔 요즘 내내 붙어 다니는 동생들과 내 가슴 사이즈로 논쟁이 있었다. 80B라는 말에 절대 그럴 리 없다며 자꾸 내가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내가 지금껏 그 사이즈로 속옷을 사 입었는데!
마지막 후크에 채우긴 했지만 지금껏 잘 입어왔는데 아니라니! 물론 20대 초엔 늘 사이즈를 까먹곤 할 정도로 내 몸에 관심이 없던 적도 있다. 매장에 가서 직원이 추천해 주는 사이즈에 맞춰 구입하다 어느 순간 직원이 측정해 준 사이즈로 꾸준히 입게 된 게 바로 80B였다.
근데 그럴 리가 없다니. 아니라니??!
본인들 가슴을 기준으로 반박을 했지만 '너희 생각보다 내가 작은가 보지.'라며 반박을 또 반박했다.

줄자를 찾았다.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야 하니 이제는 스스로 확인을 해야만 한다. 유튜브에서 가슴 사이즈 재는 법을 재확인 후 몇 번을 체크하며 사이즈를 확인해 보았다.


'아, 진심 내가 지금까지 내 가슴 사이즈도 제대로 몰랐다고??'


내가 틀렸다. 함께 찜질방도 간 적 없는 동생들의 말이 맞았다. 여태 난 한 컵을 작게 입고 있던 것이다. 내 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너무 오만했다. 하루 만난 그 직원의 말만 너무 믿었다..

어쩌면 나는 내가 나라는 이유만으로 나를 잘 알고 있다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끔 동생들이랑 이야기하며 '내가 생각하는 나'에 대해 말을 할 때 아니라는 말을 들을 때도 많으니까.
요즘 들어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인지, 요즘 난 어떤 건지 자꾸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내 가슴 사이즈 하나도 제대로 모르면서 대체 왜 나를 내가 제일 잘 안다 착각하고 있는 걸까.

내 마음도 제대로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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