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원 Jul 17. 2023

‘지겨워’와 ‘미안해’를 오갔을 마음

 오늘 악몽을 꿨다. 누군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꿈이었는데 낯익은 포터 차가 갑자기 후진을 하며 인도로 넘어가서 어딘가에 큰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큰아빠 댁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가 다시 가겠다고 변덕을 부리며 전화한 나를 데리러 오던 부모님이 피해자인 것 같았다. 나는 꿈속에서 통화 중이던 엄마에게 수화기 너머로 울며 소리쳤다. 저게 엄마냐고! 저 차가 엄마 아빠냐고!! 진정되지 않는 절망의 장면에서 이어진 감정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잠에서 깼다. 어둑한 이른 새벽이었다. 갑자기 심장이 쿵쿵대며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저 꿈 때문에 엄마에게 전화하기가 망설여져서 [부모님의 교통사고를 목격하는 꿈]을 검색창에 쳐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도저히 감정이 추슬러지지 않았다. 결국 눈물이 터져 나왔고 엄마에게 카톡을 보냈다. 최대한 별일 없어 보이려고 귀여운 이모티콘을 두 개 보냈더니 엄마가 그새 확인을 하고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이냐며 장난스레 묻는 엄마의 말에 “꿈을 꿨는데.. 꿈이 너무 안 좋아서..”라고 말하자 엄마는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대체 어떤 꿈을 꾸었길래 그러냐며 물었다.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뚝뚝 눈물만 흘렸다. 

 그런 날, ‘이름 없는 마음’을 읽었다. 마지막 문단을 읽어 내려가며 마음이 저려왔다. 악몽을 꾸고 잠에서 깨어 떠오른 생각들은 전부 엄마 아빠가 나를 위해 감내해 준 일들이었다. 가난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던 우리 부모님은 결국 스무 살이 넘자 나에게 까지 대출을 받아달라 요구했고 아무것도 모르던 사회 초년생 시절 그것들을 해주면서 나는 이 것이 해결이 아니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것을 실감했다. 내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우리 모두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서 보기 좋은 핑곗거리를 만들어 나를 괴롭히던 지독한 가난의 구렁텅이에서 잠시 떨어져 나왔다. ‘지겨워’와 ‘미안해’를 오갔을 마음. 그런 마음을 읽으며 자꾸만 부모님 생각이 났다. 가끔 행복하면 죄책감이 드는 건 부모님에 대한 나의 묵은 감정이다. 나는 우산 없어도 되니까 다시는 기다리지 말라고, 나 안 챙겨도 되니까, 너나 잘하라고, 이 문장을 읽어며 나도 모르게 못되게 내뱉었던 말들이 떠올랐다. 내심 나는 내가 걱정 안 해도 되는 부모님을 꿈꿨는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부터 힘들게 살아가시는 부모님을 보며 꼭 성공하고 싶었지만 커보니 사회적 성공이라는 것보다 그저 나 하나 건사하기도 벅찬 세상에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던 사람들이 짐처럼 느껴졌다. 너무 버거워서 주저앉고 싶었고, 삶을 포기하고 싶었다. 이 마음은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는 걸까. 엄마도 나와 같은 걸 느끼고 있진 않을까 그 이름 없는 마음을. 

작가의 이전글 잘하고 있어 괜찮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