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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 Jul 24. 2023

사람을 다루는 기술

'새로운 상태를 이루어 내다'

최근 들어 업무적으로 미팅을 자주 나가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 사람들과 유선으로 이야기하고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하면서, 나름의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 '만들다'라는 동사는 '1. 노력이나 기술 따위를 들여 목적하는 사물을 이루다'와 '3. 새로운 상태를 이루어 내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나는 1보다는 3에 가까운 만들기를 선호한다. 별다른 의미는 없고 누군가 나를 기술적으로 다루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아 나 또한 그렇게 다른 사람을 대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상태를 이루어 내다'라는 것은 어떤 관계를 만드는 것일까? 


'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과 같은 하버드대 협상 프로젝트라는 혹하는 책들을 보며, 누군가에게 Yes를 끌어내기 위해  조건들을 흥미롭게 읽어 내려가다 인간의 특성을 알아가고, 좀 더 나은 대화법에 줄을 치기도 한다. 누구보다 객관적이고 멋쟁이처럼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벌써 다른 사람과 대화해 볼 생각에 설레기까지 한다. 


그러다 궁금증이 생겼다. Yes를 이끌어내는 삶이 행복할까? 사람을 다루는 기술을 장착하여 사람들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 과연 옳은 길일까? 


때때로 일상에서 나에게 기쁨을 주는 관계는 회사 1층의 경비원님과 인사하는 것, 자주 가는 카페에서 늘 주문하는 커피를 시키며 사장님 또는 직원분과 스몰토크를 하는 것, 새로운 것을 배우러 간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날의 배우고 느낀 점을 공유하는 것, 그리고 오래도록 함께한 가족과 오늘은 좀 다른 것을 먹고, 다른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 그러한 상태들이다. 


사람을 다루고 싶지 않은 마음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서 회사에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비즈니스적인 용어들을 익히며 사업적 이해를 높일수록 벽에 부딪히곤 한다. 가끔은 무척이나 혼란스럽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어떠한 기술을 연마하라는 세상의 귀 기울이는 것보다 나답게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나의 삶에 필요하지 않을까. 결국 가장 나다울 때 함께한 사람들이 나의 삶의 가장 중요한 자양분이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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