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의 이별은 나를 지키기 위한 가장 어려운 거절이자, 가장 큰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다.
이별은 더 이상 이 관계를 이어갈 수 없다는 거절이다. 관계를 끊기 전까지 나는 늘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한다. 1년이 걸리든, 2년이 걸리든 관계를 개선하고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본다. 상대의 바람을 듣고 가능하다면 받아들이고, 내 바람도 솔직히 전한다. 서로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오랜 시간 조율을 시도한다. 인연을 끊는 일은 내 삶에도 공백을 남기기에 쉽게 결심하지 않는다.
아마 누구나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관계를 지키려 애쓰다 결국 넘어설 수 없는 벽 앞에 서는 순간. 나 역시 그랬다. 몇 년 전에는 10년 지기 친구에게, 작년에는 결혼을 결심했던 연인에게 이별을 고했다. 모두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별의 이유는 조금씩 달랐지만, 결국 '조율이 불가능한 가치관의 차이'에 도달했다. 오랜 시간 대화하고, 싸우고, 화해하며 인내했지만, 마지막에 남은 건 "더 이상은 못 하겠다"는 지친 결론뿐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었기에 그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까지 감싸 안으려 했지만, 결국 그것은 나를 소모시켰다. 상대를 아프게 할까 두렵고, 내가 나쁜 사람이 될까 망설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 자신이 무너져 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에게 이별은 단순한 회피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이해와 배려를 다한 뒤에도 서로의 본질적인 가치관이 어긋나고, 그로 인해 내가 나를 잃어가는 순간이 올 때 비로소 이별을 고민한다.
관계의 어긋남은 비행기 항로의 차이와도 같다. 같은 곳에서 출발했지만 방향이 1도만 달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는 지구 반대편으로 멀어진다. 사랑하고 아낀다는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했지만, 사소한 차이들이 쌓이며 우리의 거리는 끝내 닿을 수 없을 만큼 벌어졌다. 끝까지 붙잡으려 애썼지만, 이미 벌어진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도 다시 가까워지기 위해 애썼겠지만, 이미 멀어진 마음을 되돌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결국 내가 지키고 싶었던 건, 누군가의 기대에 맞춰 내 신념과 가치관을 포기하는 내가 아니라, 내 감정과 삶을 존중하는 나였다. 이별은 언제나 아프지만, 때로는 나를 지키기 위해 내려야 하는 가장 어려운 거절이자 단단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