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비행기 안에서

by 벼루

새벽 비행기에 몸을 싣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좋아하는 노래를 틀었다.

감성적인 노래를 들으며 창문 밖 밤하늘을 바라보니 마치 천국의 콘서트에 온 기분이다.


하늘에 빛나는 불빛들이 처음엔 별인가 싶었지만,

이내 근처를 날고 있는 다른 비행기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밝게 빛나는 달도 낭만적이고, 각자의 길을 따라 날아가는 비행기들의 불빛도 너무나 낭만적이었다.

그저 낭만 그 자체였던 새벽 비행의 풍경.

이 순간의 느낌을 기록하고 싶어 급하게 휴대전화 메모장을 켰다.


홀로 밝게 빛나는 달 아래

검은 구름들이 납작하게 깔려 있다


구름길을 따라 묵묵히 날아가는

비행기들의 빛만이 조용히 반짝인다


지상의 온갖 것들은 소란스럽기만 한데

하늘 위는 그저 고요하다

흰 구름이 쓰레기들을 모두 덮어버린 것만 같구나


모든 비행기들이 같은 방향으로 날아가는 듯하다

모두가 저마다의 목적지가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우리는 같은 길 위에 놓여있다


결국 우리의 도착지는 다를지라도

이 순간을 공유하는 지금만큼은

우리 모두 친구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인생도 별반 다르지 않겠지

종국엔 서로의 종착지가 다를지라도

어느 순간만큼은 같은 길을 나란히 걸어가는 존재들이 있기에

나는 외롭지 않다


- 2024년 8월, 홍콩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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