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숨겨진 낭만

by 벼루

여행에서 낭만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그곳이 나의 일상과 동떨어진 낯선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콩 여행에서 무엇이 가장 낭만적이었는지 묻는다면 유명한 관광지에서 바라본 멋진 야경이 아니라 누군가에겐 그저 소소한 일상일 공간을 들여다본 순간들을 말하고 싶다.


익청빌딩은 홍콩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 남은 것은 익청빌딩 그 자체보다 포토존으로 향하는 복도에 아슬하게 놓여 있던 작은 화분들이다. 이날은 비가 내렸다. 송골송골 빗방울이 맺힌 화분의 잎사귀들, 상가의 작은 미용실과 커피숍을 이용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주민들. 그런 모습이 내게는 퍽 낭만처럼 보였다.


트램을 타고 다니던 순간들도 인상 깊다. 트램은 속도가 정말 느리다. 지하철을 탔다면 목적지까지 더 빨리 도착했겠지만, 트램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낭만이 있다. 2층 좌석에 앉아 창문을 열고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이국적인 도시의 빌딩숲 사이를 가로지르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길을 걷다 우연히 들어선 구룡공원에서는 아름다운 호수, 커다란 분수대, 홍학을 비롯한 다양한 새들을 마주했다. 센트럴의 대관람차 곁에는 아이스크럼 트럭 앞에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2024년에도 여전히 아이스크림 트럭에서 간식을 사 먹는 것이 일상인 곳이 있다니!


그들에게 이 모든 장소는 그저 일상의 공간일 뿐이다. 매일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 어쩌면 나의 일상도 누군가에겐 낭만이 될 수 있을까? 매번 여행에서 돌아오면 다짐한다. 나의 일상도 여행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고.


여행에서 마주한 낭만은 언제나 큰 곳에 있지 않다. 느린 트램을 타고 도시를 천천히 유영할 때 창문 너머로 불어온 선선한 바람, 빌딩 복도에 줄지어 놓인 작은 화분들. 이처럼 돋보기로 들여다보아야 보이는 곳에 진정한 낭만이 있다. 나의 삶도 새로운 시선으로 돋보기를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에 낭만이 숨겨져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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