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과 사랑의 힘
"엄마~ 이거 보세요! 제가 만든 작품이에요."
"어머! 이건 대체 뭘까?"
구멍이 숭숭 뚫린 하얀 그물. 비닐과 털로 엉성하게 채운 속. 둥글넓적한 몸체에는 익살스러운 표정과 강렬한 붉은 털이 솟아 있다.
"귀엽죠? 오늘 수업시간에 만들었어요."
"귀엽긴 하네~ 근데 학교에서 무슨 수업을 했는데?"
"실과시간에 자수를 했거든요."
자수라면 내가 아는 그 자수를 말하는 건가?
그러고 보니 저 솟아오른 털이 어딘지 낯이 익다. 아주 오래전, 학창 시절에 유행했던 스킬자수의 실이다!
분명 내가 아는 스킬자수는 이런 모양이 아닌데, 이상하다.
"아들, 혹시 이 양파망처럼 생긴 그물이 스킬자수 하는 판이니?"
"네! 맞아요. 자수하는 방법을 몰라서 한참 헤매다가 시간이 다 가버려서요. 어차피 완성을 다 못할 것 같아서 인형을 만들었어요~"
참 이걸 기발하다고 해야 할지 대책 없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스킬자수는 망사 판이 필수인데, 망사판을 자르고 스킬자수 실뭉치를 넣어서 묶어버렸다니. 붉은 머리털 몇 개를 달았으니 자수를 조금 했다고는 볼 수 있으려나? 자기가 만든 작품이 마음에 드는지 조물조물 거리며 납작 빈대떡을 만들었다가 동그란 찐빵으로 변신시키며 노는 아들. 자꾸만 귀엽다고 내 눈앞에 와서 흔들어대며 자랑을 하니 어느새 이상한 인형과 정이 들었다.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요?"
"글쎄, 포뇨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홀로틀?"
"털찐빵 어때요? 아니면 김치만두?"
"털찐빵 좋네~ 말랑하고 둥글넓적하니 잘 어울려!"
아들의 사랑스러운 털찐빵과 함께 하룻밤을 보냈다.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리는 매력적인 붉은 털.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간 영화관 스크린에서 털찐빵을 만났다!
아바타 불과재 영화 예고편. 붉게 뻗친 머리장식으로 단번에 우리의 시선을 끈 재의 부족 리더 바랑.
"어, 어! 우리 털찐빵이랑 비슷하지 않아요?"
"어~ 그러고 보니 헤어스타일이 좀 그래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 찐빵이가 더 귀엽죠?"
사람이든 물건이든 애정을 가지고 바라봐야 한다. 아무리 엉성한 작품도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으면 영화 속 등장인물보다 멋져 보이는 법!
용맹함도 이기는 귀여운 우리 털찐빵.
(부디 아들 선생님께서도 예쁘게 봐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