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를 시작하다.
여유로운 토요일 아침. 딸이 슬슬 시동을 건다.
"아, 심심해. 뭐 재미있는 거 없나?"
"우리 딸이 뭐가 하고 싶어서 그럴까?"
"우리 도서관 가서 영화 봐요~ "
지난번 방문했던 도서관에서 본 DVD가 재밌었나 보다. 가서 책도 보고 영화도 볼 수 있으니 나도 아이들도 좋은 선택지!
"그래, 가자~"
"전 약속이 있어요."
"약속???"
아들의 입에서 나온 믿기 힘든 말! 약속이 있다니 대체 누구랑? 친구랑 따로 연락을 하거나 만나러 나간 적이 없던 아이라 귀를 의심했다.
"친구랑 놀기로 했어요."
"친구?"
와~ 예상밖의 단어가 하나 더 튀어나왔다. 친구라니. 같은 반 친구 말고 주말에 따로 약속 잡고 만나는 친구는 처음이다.
"같은 반 친구예요."
아들 핸드폰에 엄마 아빠 할머니 말고 저장된 첫 번째 사람이 생겼다.
친구가 생긴 것도 약속을 잡은 것도 갑작스럽지만 기쁜 일이다.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 약속장소가 멀어서 혼자 괜찮을까 싶었는데 그동안 걱정했던 게 무색할 만큼 친구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씩씩했다.
아들 없이 딸과 단 둘이 놀러 가는 게 어색했다. 내 곁을 떠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홀로서기를 시작할 줄이야!
친구랑 한참을 놀다가 혼자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온 아이가 깜짝 선물을 건넸다.
"엄마가 좋아하는 꽃! 화이트 데이 선물이에요~"
오늘은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다. 영원히 웅크리고 있을 것만 같았던 아이가 피어난다. 봄인가 보다♡
언제나 내 예상을 벗어나는 아이 덕분에 오늘도 겸손함과 감사함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