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두바이는 어제부터 모든 것이 멈춘 듯하다. 코로나 팬데믹 때와 비슷한 분위기다.
2월의 마지막 날 아침,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했다는 뉴스를 보며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오후가 되자 이란이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가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보복 공격을 시작했다는 속보가 이어졌다.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그리고 아랍에미리트. 정확히는 아부다비에 미군 기지가 있다. 작년에도 사막 한가운데 있는 그 기지를 향해 미사일이 발사되었지만, 공중에서 요격되면서 일반 시민들은 별다른 체감을 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천둥도 아닌데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나더니 집 안의 문들이 덜커덩거리기 시작했다. 혹시 이게 미사일 폭발음인가. 처음 들어보는 소리와 진동에 모두가 패닉 상태가 되었다. 약 2,600명이 있는 아랍에미리트 거주자 카카오톡 단체방에서는, 이란에서 날아온 미사일이나 드론을 지상에 떨어지기 전에 요격하면서 생기는 소리와 진동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오갔다.
이런 게 전쟁인가, 하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 또다시 쿵! 덜커덩!!
소셜미디어와 동네 주민 왓츠앱 그룹, 뉴스 채널까지 온통 관련 소식으로 뒤덮였다. 아부다비뿐 아니라 두바이에도 미사일이 날아오고 있다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아부다비에서 파편에 맞아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루머, 팜주메이라의 호텔이나 두바이 힐즈, DIFC에서 건물 손상이나 화재가 있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식까지 돌기 시작했다.
가짜 뉴스인지, 진짜 뉴스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또 몇 번이나 쿵쿵! 덜커덩!
자정이 조금 지난 밤 12시 반쯤, 갑자기 큰 사이렌 소리와 함께 재난 알림이 울렸다. 창문과 문에서 떨어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추가 안내를 기다리라는 내용이었다.
알람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동네 주민 중에는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고 할 정도였다. 사람들은 창문이 없는 화장실, 작은 메이드룸 등 집 안에서 가장 안전해 보이는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두바이에서 13년 넘게 살았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모든 상황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계속된 쿵쿵! 덜커덩 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채팅을 하며 각 지역 상황을 공유했고, 남편은 싱가포르 정부 웹사이트에 재외국민 등록을 했다. 두바이 교육청에서는 다음 주 수요일, 3월 4일까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한다는 안내 메일이 왔다.
그리고 계속된 쿵쿵! 덜커덩 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아이들도 친구들과 서로 채팅을 주고받으면서 두바이 각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공유했다. 남편은 싱가포르 정부 웹사이트에 생존 신고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등록을 했다. 두바이 교육청은 다음주 수요일, 3월 4일까지는 온라인 러닝으로 전환한다는 메일을 보냈다.
커튼을 모두 닫고 겨우 잠이 들었다.
새벽에 또다시 진동에 놀라 깼다. 휴대폰을 열어보니 버즈 알아랍이 손상되었다는 글, 아부다비 공항과 두바이 공항이 피해를 입었다는 기사들이 공유되고 있었다. 일주일 치 식량과 필수품을 준비하라는 메시지도 돌았다. 마트 웹사이트를 확인하니 배송은 오후 1시까지 중단, 우유, 계란, 빵, 고기 같은 신선식품은 거의 품절 상태였다. 아직 물건이 남아 있다는 조금 비싼 마트로 향했다.
주차장에서는 유럽인들이 두루마리 화장지 한가득 카트에 담는 모습도 보였다. 코로나 때부터 궁금했는데, 왜 그렇게 휴지에 집착하는지 ㅎㅎ
마트 안은 이미 텅 빈 선반이 눈에 띄었다. 고기는 거의 없었고, 우유와 계란도 절반 이상 비어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쌀. 어젯밤 딱 떨어졌던 쌀 코너에 5kg짜리 한 봉지가 마지막으로 남아 있었다. 한쪽에 작은 구멍이 나 있어 조금씩 새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집어 들었다.
사재기하는 사람들, 텅 빈 도로,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원인 모를 폭발음과 진동, 문을 닫은 체육관과 학교, 레스토랑들. 6년 전 코로나 시절의 풍경을 다시 보는 듯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아침 뉴스에서 다수의 미사일과 드론을 차단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오늘도 하루 종일 도시 곳곳에서는 여전히 폭발음이 들렸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두바이 인앤아웃 항공편은 모두 취소되었다고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전투기인지, 계속해서 비행기 소리가 크게 들린다. 소매치기도 거의 없고, 법이 엄격해 안전하다고 믿었던 두바이도 이런 상황을 겪는다. 그렇다면 세상 어디도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지 않을까. 그리고 불안한 정부 아래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란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얼마나 무서울까.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고민은 사라지고, 사람들은 어제오늘 오로지 ‘생존’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와중에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소중한지 생각하게 된다. 인생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