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줄 알았다
두바이에 있는 친구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지난 일주일 동안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서로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
무슨 소리 들었어? 미사일 격추하는 소리인가? 긴급 알림 받았어? 어느 지역이야? 괜찮지?
집을 떠나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음식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여전히 음식 배달도 잘되고 웬만한 음식점과 카페도 모두 영업을 하고 있다. 다만 하루에도 몇 번씩 안전한 곳, 최대한 창문에서 먼 곳으로 피해 있으라는 UAE 정부의 경보와 한국 대사관에서 보내는 메시지를 받는다.
그 뒤에는 늘 두바이나 아부다비 여러 지역에서 미사일인지 드론인지 격추하는 소리, 집이 울리고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는 제보가 이어진다. 물론 나도 집에서 여러 번 그런 경험을 했다.
그리고 30-40분쯤 지나면, 이제 안전하니 협조해줘서 감사하다는 ‘안전 알림’을 받는다. 그러면 다시 밖으로 나가거나 평소처럼 지내도 괜찮은 상황이 된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평소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나 보다.
언젠가부터 두통이 생기고 소리에 아주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저 본능적으로 내 삶의 위협이 될 수 있는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 같다.
3월 7일 토요일 오전, 이란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이웃 국가 공격에 대해 사과하며 앞으로는 이웃 국가들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토요일 오전에도 경보가 울리고 두바이 공항 근처에 드론이 떨어져 일부 피해가 발생하는 등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이런 발표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었다.
다들 이제 전쟁이 끝나가는 것 같다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겼다며 기뻐했다. 그때 나는 우리가 ‘괜찮다’고 말하던 상태가 사실은 괜찮은 것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두바이는 언제나 ‘중동임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외국인이 전체 거주 인구의 약 85%를 차지하는 도시라 외국인이 살기 편하고, 밤에도 여자 혼자 돌아다닐 수 있을 만큼 안전했다.
그런 두바이에 미사일이라니. 드론 공격이라니. 격추 파편이라니. 물론 UAE의 국방 태세가 강하고 체계적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UAE가 이란을 직접 공격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이를 ‘전쟁’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하지만, 하루에도 수많은 미사일과 드론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 속에 있다 보니 ‘국방이 강하다’는 그 사실만으로 마음이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는다.
소리에 민감해지는 불안한 마음이 일주일 정도 이어지니, 무언가에 집중하기도 어렵고 미래 계획을 세우기도 애매해진다. 많은 문화예술 행사도 잠정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중이다. 귀찮아서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전쟁 속에서 살아온 주변 국가들 - 팔레스타인, 예전의 시리아, 그리고 지금의 이란 사람들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
또 병에 걸렸거나, 암 같은 질병으로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생각난다. ‘불확실성’이라는 것이 사람을 얼마나 불안하게 만드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희망’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계획이 없다는 건 어쩌면 희망이 없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매일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란 대통령의 이웃 국가에 대한 사과는 말 그대로 끝나지 않았다. 토요일 밤이 되자 다시 재난 경보가 울렸다. 그리고 두바이 해변 근처,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마리나(Marina) 지역의 가장 높은 타워에 미사일 격추 파편이 떨어져 창문이 깨지고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금 뒤에는 알 바르샤(Al Barsha), 두바이에서 두 번째로 큰 쇼핑몰인 에미레이츠 몰(Mall of the Emirates) 근처 도로에 파편이 떨어져 지나가던 차량이 맞고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서울의 강남 한복판에서 미사일 공중 파편이 떨어져 두 곳에서 불이 나고 사람이 사망한 셈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3월 8일 일요일 아침이다. 오늘은 한국 정부가 처음으로 준비한 전세기가 아부다비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이 전세기를 타러 간 사람들이 체크인을 하던 도중 사이렌이 울려 한 번 대피했다가 다시 탑승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렸다.
싱가포르인 친구는 자국 정부가 준비한 전세기를 타기 위해 오늘 두바이에서 오만까지 버스로 이동한 뒤, 오만에서 싱가포르로 출국한다고 한다.
두바이에서도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체감은 조금씩 다르다. 시내 한복판이나 바닷가, 항구 근처에 사는 친구들은 미사일도 자주 보고 드론도 목격했다고 한다. 격추 파편이 떨어지는 장면을 직접 본 사람도 있다. 그런 경험을 했다면 그 두려움은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 특히 높은 건물이 많은 지역일수록 격추 충격의 진동이 더 크게 느껴지는 듯하다.
다음 주 이 글의 다음 편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