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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봉낙타 Nov 17. 2023

요다 한국 사람이야?

우리처럼 말하는 요다

요다 한국 사람이야?


스타워즈 팬인 남편이 갑자기 물었다.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요다는 항상 목적어부터 말하고 동사는 맨 마지막에 말하는 게 딱 한국어 같다며, 아무래도 요다가 한국 어디에선가 살다 온 것 같다고 했다. 아니면, 일본?


 

한국어는 아주 기본 단어 정도만 아는 남편이랑 외국인이 설명하는 한국어 기초 관련한 유투브를 보면서, 우리 남편은 한국어 문법, 특히 어순 편에서 또다시 컬처쇼크를 받았다. 대체 한국 사람들은 영어를 어떻게 배우냐며, 이런 한국어 어순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생각과 성격 자체가 독특해야 할 것 같다며 신기하다고 했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영어, 중국어(만다린이나 푸지엔, 광둥어 믹스)나 말레이어 정도를 다 섞어서 쓴다. 이 언어들은 다 영어처럼 기본적으로 주어 + 동사 + 목적어 순서다. 한국어는 목적어 먼저 말하고, 동사는 항상 맨 마지막이다. 예를 들면 ‘I want to eat Kimchi.’는 ‘I Kimchi eat want to’가 되는 셈이다. ‘나는 김치 먹고 싶어.’ 순서니까.

 

요다의 말투는, 항상 행동을 맨 나중에 하고, 인내와 사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의 성격과 지혜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방법이라고 한다(스타워즈 제작자의 공식적 답변은 아닌, 팬들의 추측일 뿐이지만, 너무 신빙성 있음).


행동을 맨 나중에 하는 건, 한국 사람들이랑 닮았다. 아니, 나 같다. 일단은 계획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느라, 행동까지도 못 가는 경우가 있는 게 함정이지만(인프피라서 그런가?). 성격이 말투와 어순까지 반영되었다니, 역시 스타워즈 제작자들은 천재, 요다의 말투는 미스터리이자, 매력 덩어리다.

                                                                                   

그런데 이 어순보다도, 우리는 주어인 ‘나는’을 생략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영어랑 또 다른 점은 이거였다.

 

나 배고파

나 심심해

나 한국 가고 싶어.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배고파, 심심해, 한국 가고 싶어. 내가 말하고 있으니까, 굳이 내 생각이라고 밝히지 않아도 되는 걸까? 왜 우리는 주어를 잘 말하지 않는 거지? 특히 그 주어가 ‘나’ 일 경우, 나라고 강조하면 너무 이기적으로 보여서 그런 걸까?

 

언어가 형성이 되고 습관이 되면서 그 형태가 점점 잡혀가기 마련인데, 아마도 우리 조상님들의 쏘울이 한국어 어딘가에 스며든 듯하다. 900살의 요다 말투와 비슷한 한국어가, 다른 행성에서 온 것 같기도 하고, 시처럼 들리기도 하고 새삼 쿨하다. 영어도 한국어처럼 하니까 더 느낌 있는 듯. 영어 문법, 어순 좀 틀리면 어때? 더 멋져 ㅎ


“The greatest teacher, failure is.” – 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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