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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봉낙타 Feb 14. 2024

아임 프롬 두바이

두바이 키즈 (Dubai Kids)

이집트 출신의 전 회사 동료가 다섯 살이 된 예쁜 딸을 데리고 모임에 왔다.

‘너 너무 예쁘다. 어느 나라에서 왔어?‘

‘아임 프롬 두바이!’

‘잉? 너네 아빠가 이집트 사람인데, 넌 두바이 사람이니? 그리고 두바이는 나라가 아니야.’

‘But 아임 프롬 두바이’


‘두바이 키즈 (Dubai Kids)’라는 말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두바이에서 자라고 학교에 다니면서 두바이에 사는 (대부분 외국) 아이들이다. 이들은 부모의 국적과는 상관없이 두바이에서 계속 살면서 모국에 대한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주변 친구들이 비슷한 케이스가 많다. 모국에서의 시간보다 두바이에서 지낸 시간이 길어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1. 친구들의 국적/ 모국이 어딘지 잘 모른다.


어른들이 보면 전부 다른 국적의 아이들인데,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냥 전부 학교 친구다. 우리 초등학교 시절에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들한테는 어느 나라 사람인 게 관심거리가 아니다. 그래서 서로 물어볼 일이 없는 듯. 나는 아이들이 학교 친구들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물어보지만, 아이들은 거의 잘 모른다.


2. 영어가 모국어보다 편하다.

 

학교에서 쓰는 언어가 영어니, 모국어는 알아들을 수는 있어도 대부분 영어를 더 편하게 쓴다. 두바이는 아랍어가 필수 제2 외국어지만, 이집트, 레바논 등 중동의 다른 나라에서 온 아이들도 아랍어를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들도 한국어는 알아듣지만, 대답은 영어로 하곤 한다.


3. 방학 때는 두바이에 친구가 거의 없다.

 

두바이에 사는 아이들 대부분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방학에는 다들 본국으로 돌아간다. 잠깐씩 휴가로 해외여행이나 스테이케이션을 가는 게 아닌, (특히 긴 여름) 방학 내내 보통은 본인 여권의 나라로 돌아가서 친척들과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두바이 키즈는 방학 때 두바이에 친구가 없다.




유럽이나 미국은 그 나라에서 태어나거나 얼마 기간 이상 거주하면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갖춰진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그 나라 국민으로 흡수된다. 누구나 환영한다는 듯한 두바이의 겉모습과는 달리, 아랍에미레이트는 외국인에게 절대 시민권을 주지 않는다. 누구나 ‘살다가는 걸’ 환영한다고 하는 게 더 맞을 듯.


그래서 두바이의 아랍에미레이트 현지인은 약 12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아랍에미레이트에서 태어나 평생 살아도 여권은 부모가 준 그 여권 그대로다. 이 나라에서 외국인은 평생 외국인이다. 7개 토후국(Emirate)의 왕정국가들이 통합해서 설립된 아랍에미레이트는 각 토후국마다 전부 다른 왕이 있다. 그래서 각 토후국마다 문화와 사람들이 너무 다르다. 두바이 키즈는 두바이 출신이지 아랍에미리트 키즈도 아니다.


절대 아랍에미레이트 사람이 될 수 없는 두바이 키즈는 여기 사는 평생 이방인인 셈이다. 뒤늦게 모국으로 돌아간 다한 들, 거기서도 이방인이 된다.


세계시민의식(global citizenship) 은 모든 사람들이 특정한 국가나 장소의 시민으로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철학과 감각을 가지고 세계의 일원이 되는 것과 함께 오는 권리와 시민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 생각은 사람의 정체성이 지리나 정치적 경계를 초월하고 책임이나 권리는 더 넓은 계층인 "인류"의 멤버십에서 파생된다는 것이다.


'두바이 키즈'는 모든지 가능하고 편한 두바이에 사는 조금은 버릇없는 아이들로 불리기도 한다. 모국어도 잘 못하고 애국심도 없는 요즘 세대의 아이들.


이쪽저쪽에서 계속되고 있는 국가 간 전쟁을 생각하면 내셔널리즘, 즉 민족주의보다는 두바이 키즈 같은 세계시민의 형태 중 하나가 미래에는 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좋고 나쁘고를 따지기보다는 두바이 키즈 같은 또 다른 형태의 새로운 시민이 생기는 걸 환영하고 이 새로운 시민이 행복하게 잘 살수 있는 정책과 환경이 조성되길,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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