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know you know
"라이언은 혈액형이 뭐야?"
"라이언 혈액형을 내가 어떻게 알아? 울 엄마아빠 혈액형도 헷갈리는데. 풉"
"아니, 베프라며? 이십 년 넘게 알고 지내고 같이 일하는데 혈액형도 몰라? 그럼 라이언 MBTI는?"
나도 혈액형, 띠별 성격, MBTI까지 이런 모든 성격테스트는 그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만 짙어지게 할 뿐이라고 생각해 왔다. 어렸을 때는...
몇 년 전부터는 MBTI 테스트 유행이 시작하자마자 바로 해보고 올해 시작 전에는 갑진년 운세를 찾아봤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전, 혹시라도 그 사람의 MBTI를 알게 되면 그 특징을 찾아보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 얼추 맞거나 맞춰진다.
얼마 전, 두바이에서 사업체 몇 개를 운영하는 친구를 만나서 수다를 떨다가 본인이 ENFP라며 내 MBTI를 물어봤다. ENFP 성향을 찾아보니 딱이었다. 일 벌이기 좋아하고 일단 해보고 또 열심히 하는 열정남 엔프피.
그런데 지금 위키백과 차트를 보면서 다른 타입의 성향들을 읽어보니 그가 ENTP거나 ESFJ, 심지어 INFP나 다른 타입이라고 했어도 또 대강대강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이상하다.
왼쪽 맨 위 ISTJ부터 성향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니 나 역시도 이래저래 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만약 테스트를 하지 않고 이 차트를 보고 이 중에서 내 성향과 맞는 것을 골라보라고 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 같은 수상한 예감이 든다.
요것조것 내 성격에 대강 맞아떨어진다...
남편은 회사 동료들의 나이, 혈액형, MBTI는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가끔은 정확한 국적도 헷갈리는 경우도 꽤 있다. 두바이는 워낙 디아스포라 케이스가 많아서 어느 나라의 여권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지 않는 이상 잘 모른다. 그리고 이런 정보 없이도 함께 일하고 지내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에 비해, 나는 가족은 물론, 친구들, 친척들 혈액형은 거의 알고 있다. MBTI까지는 아니어도 혈액형은 나이처럼 기본적으로 알고 지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혼하기 전에도 엄마가 남자친구에 대해 물어본 것들 중에, 무슨 띠인지, 생일은 몇 월 며칠 (몇 시도 물어봤던 것 같다), 호구조사와 더불어 혈액형도 있었다. 그래서 만나기 전에 이미 엄마는 내 남자 친구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아우라를 뿜었던 기억이 있다.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는 아는 A, B, AB, O형에 따라 나뉜다는 성격, 성향, 행동.
어쩌면 닫힌 공간 안에서 선풍기를 틀고 자면 질식할 수도 있다고 믿는 미신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