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봉낙타 Mar 14. 2024

왜 화장실에서 신발을 신어?

집을 보러 다니는 중이었다. 바로 이사 갈 수 있는 빈 집도 많지만 아직 입주자가 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두바이인 만큼 입주자의 국적도 다 제각각. 하루는 영국 패밀리가 사는 집, 또 어떤 날은 이집트 패밀리가 사는 집도 둘러봤다. 그리고 한국 가족이 사는 집에 뷰잉을 가게 되었다. 메이드룸부터 키친, 마루, 방, 화장실 등 집안 이쪽저쪽을 둘러보다가,


"왜 화장실에서 신발을 신어? 집 안에서 신던 신발을 화장실에서 다른 걸로 갈아 신네?"

"아 맞다. 우리 엄마 집에서도 그랬지?"

"응, 한국에서도 화장실에 슬리퍼가 있어서 신었는데 엄청 작더라고 히히. 화장실 신발은 그럼 누구 발 사이즈에 맞게 놓는 거야? 화장실 신발은 다 같이 신던데."


키가 186cm인 남편은 발도 크다. 한국 부모님 집에 갔을 때 화장실에서 슬리퍼를 신고 발 사진을 찍어 보내준 적이 있었다. 이거 꼭 신어야 하는 거냐며.



왜 우리는 화장실에서 슬리퍼를 신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예전 화장실은 여기 두바이처럼 드라이한 화장실이 아니었다. 욕조가 따로 없거나, 양변기가 아닌 좌변기를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래서 화장실은 '비위생적인 공간'이라는 인식이 있었나 보다. 하긴 더 옛날에는 화장실이 집 밖에 따로 분리되어 있었으니.


요즘은 샤워부스나 욕조 안을 제외하고는 물이 바닥에 고여 있을 일은 없고 보통 싱크 아래에는 매트를 놓으니 굳이 신발을 따로 신을 일이 없다. 샤워를 하고 매트 위에서 발바닥은 말리면 되고, 화장실에서 신발을 신는 라이프 스타일은 한국 사람 외에는 나는 아직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두바이는 더운 날씨 때문에 바닥은 보통 타일이라 맨발로 다니기에는 바닥이 차가워 집에서는 보통 슬리퍼를 신는다. 유럽이나 중동 사람들은 심지어 외부에서 신던 신발을 그대로 집 안에서 신고 다니기도 한다. 침실까지. 그래서 집 구조도 한국처럼 신발장과 턱이 다른 입구가 따로 없다.


한국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이 구조에 대해서 상당히 불만족해한다. 밖의 먼지를 그대로 집으로 가져온다며 처음에는 문밖에서 신발을 벗고 집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다만 여기 여름에는 45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외부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건 옵션에 없지만.



아무튼 깨끗하다.


한국 사람들이 살던 집은 다르다. 밖에서 신던 신발을 집안으로 신고 들아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바닥타일 사이도 더러워지고 공기 중으로 날리는 먼지부터 외부에서 무엇을 밟았는지도 알 수 없는데 그 신발을 신고 왜 집안으로 들어가는 걸까?  


그래서 이사 갈 집을 알아볼 때 한국 사람이 살았던 집이라면 일단은 믿고 방문하게 되는 듯.


집안에서는 외부 신발을 절대 신지 않는 한국인들은아마도 같은 이유로 강아지 산책 후 발바닥을 꼼꼼히 닦아 주는 것일까?




이전 09화 뭐 먹을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