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오지랖
"뭐 시킬 거야?"
"그거 어차피 혼자 하나 다 못 먹어. 내가 이거 시킬 거니까, 당신은 다른 거 시켜. 나눠 먹음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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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 시킬 거야? 피자 시킬 거야?"
"드링크는 뭐 마실 거야?"
"그래? 그럼 나도 그거 마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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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가족 중 나밖에 없다. 외국인인 남편과 아이들은 외식하러 나가서 아무도 이런 질문은 하지 않고 본인들 시킬 음식과 음료수만 메뉴에서 찾아본다.
혼자 먹는 것도 아니고 다 같이 식사를 하는데 나눠 먹는 게 정석 아닌가?
다른 사람들은 이 식당에서 뭐를 먹을지 궁금하지 않나?
나 혼자만 이상한 것을 시키는 건 아닐까?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먹을지 궁금해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떠오르는 생각들은 이 정도. 심각하게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식당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간다면 으레 물어보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뭐 먹을 거야?'
지난주에 알고리즘에서 뜬 <유퀴즈온더블럭>의 한 영상*을 봤다. 고려대학교 심리학부의 하태균 교수가 출연하여 한국인의 오지랖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가족 중 왜 나만 이런 질문을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1. 관계주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나만 혼자 튀지 않고 '그래 그냥 그거 먹자. 그게 좋겠다 뭐.' 하는 메뉴 타협의 순간을 한국 사람들은 다들 경험해 봤을 것이다. 또, 한꺼번에 같은 음식을 주문하면 음식 주문하는 시간, 만드는 시간, 서빙하는 시간도 단축되고 주문이 잘못되었거나 하는 헷갈리는 상황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배려'하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2. 주체성
내가 엄마니까 가족들 식성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아이들이나 남편이 어떤 음식을 시키면 다 먹지 못할 것 같다던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직감으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뭐 먹고 싶은지 물어보기는 하지만 결국엔 내가 추천하는 음식을 주문하도록 나도 모르게 설득하곤 한다. 그리고 내 의견과 다르게 생각하면 슬슬 마음이 상하기 시작한다.
"우리 사회가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세상을 봤으면 좋겠다! 그 얘기가 뭔가 하면, 손주가 이상한 행동을 하면 그거에 대해서 너는 왜 그러니 이렇게 얘기를 안 해.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가 요즘은 그렇게 노니? 너는 그게 재미있니? 난 잘 이해가 안 된다."
손주의 행동엔 불필요한 판단을 하지 않는다. 손주를 대하는 조부모님의 마음처럼 다른 사람을 대하면 좋겠다고 하태균 교수는 <유키즈온더블록>을 마무리 하였다.
다른 사람에게도, 또 나 스스로에게도 너그러울 수 있는 사회, 그리고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조금 더 개인주의적이 되어도 충분히 괜찮을 듯하다. 남이 뭐 먹을까부터 궁금해하지 말고, 내가 먹고 싶은 것 먼저 생각하기부터 실천할 예정!
* https://youtu.be/3ERsWnzj5Go?si=mgUrIFCxRVRmYeF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