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네덜란드 친구 부부를 만났는데 5월에 부산에 간다고 한다. 프리미엄 로스팅 기계와 바리스타가 있는 커피 전문 카페다. 5월에 부산에서는 커피 관련 전시회가 있고 딜러와 파트너들을 만나러 간다며 맛집과 추천 방문 장소들을 문의했다.
살면서 부산에 두 번 정도 가본 나는, 노 아이디어. 부산까지 직항도 없고 여기서는 인천까지 11시간에, 기차나 비행기를 타고 다시 부산까지 가야 하니 최소 16시간 거리다. 그 먼데까지 꼭 전시회를 가야 하는지 물어보니 로스팅 기계와 커피빈의 전 세계 탑 5 판매국 중 하나가 한국이라고 한다.
한국은 커피 시장의 강국 중 하나였다. 남편도 놀랬고, 나도 놀랬다.
“한국 사람들은 왜 그렇게 다들 테이크어웨이 커피컵을 하나씩 들고 다녀? 케이팝 스타들 파파라찌 사진 보면 다들 하나씩 들고 하루종일 커피를 마시던데? “
”이 더운 두바이랑 싱가포르에서도 아아는 거의 안 마시는데,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아아를 마시더라. 유행인 거야? “
“서울에 김밥집보다 카페가 더 많은 거 같아!”
“한국 사람들은 스타벅스를 왜 그렇게 좋아해?“
두바이몰이나 두바이 관광지에 있는 스타벅스에 앉아있는 한국 사람들이 왕왕 보인다. 사실 세계 최초의 커피하우스(지금은 카페)는 현재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도시 중 하나인, 당시 국제도시였던 '메카(Mecca)'다. 오스만 제국 시, 1511년에 처음 오픈한 커피 하우스는 사람들이 만나 커피를 마시고 대화도 나누고 아이디어도 공유하며 기도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이었다. 500년이 지난 지금도 카페는 커피를 마시기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다목적 공간으로서 N잡을 충분히 소화하고 있다.
'마법의 열매(Magic fruit)'라 불렸던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1500년대 초부터 시작된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곧 아라비아 반도의 예멘으로 전파되어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오스만 제국이 유럽으로 진출하면서 커피의 마력이 전 세계로 퍼져 왕실 귀족들을 사로잡았다. 더군다나 술을 금하는 이슬람에게 커피는 술 대신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커뮤니티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하였다.
특권층의 럭셔리한 사치품이었던 커피는 이제는 일반 대중이 매일매일 즐기는 음료가 되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오트밀크를 넣은 카페 라떼를 한 시간째 홀짝홀짝 마시고 있다. 이미 다 식었는데도 그냥 계속 조금씩 마신다. 글을 쓸 때 커피 한잔은 옆에 있어야 하지 않나?
한국 사람들은 카페인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마실 수 있는 '편리한' 커피인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으로 들고 다니며 하루 종일 물처럼 마신다. 여러모로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바쁜 한국 사람들과 아아는 찰떡 궁합이다. BTS 등 케이팝 스타들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있는 모습이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고 넷플릭스의 한국 티비 시리즈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주변에 외국 친구들이 한국 사람들의 아아 사랑에 대해서도 여러 번 물어봤다.
계절을 막론하고 일 년 내내 아아를 마시는 얼어 죽어도 아아를 사랑하는 얼죽아들도 많은 한국. 한국 사람들의 커피 소비량은 세계 평균의 두 배 이상이라고 한다. 아아, 또 커피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음료 자체라기보다는 평범한 일상의 리추얼, 혹은 라이프 스타일인 듯.
*표지 이미지: Enjoying Coffee/ French School, First half of the 18th Century/ w1015 x h1120 cm/ Oil on canvas/ Orientalist Paintings Collection, Pera Mus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