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샷!"
"나이스샷!"
"오오오~~~"
"괜찮아, 괜찮아"
한국 친구들과 골프를 치고 와서 남편은 별로 굿샷도 아닌데 왜 그렇게 한국 사람들은 굿샷 굿샷 그러냐며 웃었다.
두바이 골프장에는 캐디는 없고 2인승 카트를 직접 운전하며 라운딩을 돈다. 드라이버샷은 다른 세 명이 봐줘야 공이 어디에 떨어졌는지 찾을 수 있다. 보통 한국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드라이버샷을 칠 때 서로 보면서 굿샷이라고 하곤 한다. 솔직히 정말 잘 쳐서 굿샷이라기보다는, '수고했다'는 의미 정도일까?
슬라이스가 나거나, 굿샷이라고 도저히 말을 하기에는 너무 이상한 드라이버샷에도 '괜찮아, 괜찮아'하며 뭐라도 추임새를 넣는다. 스윙이 이상하다던가, 아무 말을 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생각해 보니, 남편의 외국 친구들과 골프를 칠 때는 찐 굿샷만 굿샷이라고 한다. 페어웨이에 공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대충 어디쯤 떨어졌는지 알 것 같다며 가서 보자는 팩트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보통 관심은 본인의 공이지, 다른 사람들의 스윙에는 굳이 애써 코멘트를 하지 않는다.
'The Subtle Art of Not Giving a F*ck (한국어 타이틀: 신경 끄기의 기술)'의 저자인 미국 작가, 마크 맨슨(Mark Manson)이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했다는 타이틀로 한국에 관한 유튜브 영상을 찍어 지난달 화제가 되었다.
유교와 자본주의의 가장 안 좋은 점들이 남아있는 한국 사회는 사람들이 스트레스가 많고 우울해지기 쉽다며 안타까운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애쓰고 열심히 사는 한국 사람들의 놀라운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훈훈하게 영상을 마무리하였다.
남편은 이 영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한국 사람들의 모습은 무엇보다도, 대화할 때 쉴세 없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아아아 해주는 것이라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만 하고 남의 말은 잘 듣지도 않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 사람들은 일단은 아아아 해주느라 애쓰고 고개를 열심히 끄덕여줘서 너무 친절하고 고맙다고.
사실 진정성 강한 아아아는 아니지만은 열심히 말하는 상대방에 대한 응원과 수고의 표시에 더 가깝지 않을까? 대화 중의 정적을 참을 수 없어 그런 걸까?
'애쓰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고생하다, 노력하다, 공들이다, 힘쓰다, 버둥거리다, 바동거리다, 몸부림하다, 몸부림치다 등의 유의어가 있다.
어렸을 때는 이런 한국 사람들이 너무 고리타분하고 다른 사람들 눈치만 보며 쿨하지 못하다고 생각했었다. 외국에 살면서 보니, 이렇게 모든 일에 애쓰는 한국 사람들이 정말 독특한 듯. 다른 나라 사람들이 쉽게 따라 할 수도 없는. 우리는 잘 모르지만, 자세히 보면 정말 특이한 개성 강한 한국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