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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봉낙타 Feb 15. 2024

한국인의 소울푸드

해장국

"한국에는 행오버 수프가 있다며?"

"(아, 해장국 말하는 가 보군) 응, 오빠네는 없어?"

"없어."

"미국에도 없나?"

"몰라, 행오버 수프라는 건 먹어본 적 없어. 그래서 그거 먹으면 술이 깨는 거야?"

"당근이지. 행오버 드링크도 있어. 지난번에 싱가포르 갔을 때, 톰슨 플라자에 있는 한국 슈퍼마켓에서 봤잖아. 행오버 솔루션, 숙취해소용 천연차 808이라고 아저씨 사진 있었던 그 캔 드링크, 기억나?"

"헐, 그게 행오버 드링크였어? 그래서 그거 마시면 술이 깨?"

"응, 신기하게 나도 몇 번 마셔봤는데 술이 깨고 속이 좀 안정되는 느낌이 들더라고. 술 마시기 전에 마시는 음료수도 있어. 간 보호랑 술 너무 취하지 않게 도와준다고 했던 것 같아. 한국에서 나도 누가 줘서 몇 번 마셔보긴 했어."

"근데 취하지 싫으면 안 마시면 되잖아. 아니면, 조금 덜 마시던지. 왜 그걸 굳이 마시고 술을 마셔?"

"회식인데 어떻게 술을 안 마셔? 그리고 그 다음날 7시 40분에 출근해야 하니까, 숙취 안되면 진짜 너무 힘들고, 아침에 토할 수도 있어 (실제 나도 한 적이 있다, 아침 출근길에)."




남편은 싱가포르 사람에, 공식적으로는 술이 불법인 두바이에서 25년째 거주 중이라, 한국의 술 문화, 해장국, 해장 음료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낯설었나 보다.


나도 한국에서 직장 생활한 지 이미 십 년이 지났기 때문에 요즘은 회식이 어떤 분위기인지 잘 모르겠다. 해장국, 해장 음료까지 마시고 이튿날 출근하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왜 주중에, 이튿날 7시 40분까지 출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술을 마셔야 하는지 설명을 하면서도 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1

밤에 우리는 퇴근하고 왜 바로 집에 가지 않고 그렇게 자주 회식을 하며 술을 마신 걸까?


2

혹시 기분이 좋거나 어쩌다 어쩔 수 없이 많이 마시면 술이 안 깨는데도 이튿날 왜 굳이 7시 40분까지 출근을 해야 했나? 재택근무는 옵션이 될 수 없었나?


3

대체 해장국, 해장술, 해장 음료는 누가 처음 만든 걸까? ('해장국 원조'를 네이버에 검색해 보니, 양평, 창원, 용산, 김해, 광화문, 전국 곳곳이 다 원조라고 나온다)


해장 [解酲]: 전날의 술기운을 풂. 또는 그렇게 하기 위해서 해장국 따위와 함께 술을 조금 마심. [표준국어대사전: 네이버]


그러니까 해장은 술기운을 풀기 위해 마시거나 먹는 행위다. 그러면 해장술과 해장국 정말 효과가 있다는 건가?


우리 한국 사람들은 숙취 (표준국어대사전 정의로, 이튿날까지 깨지 아니하는 취기를 의미)를 효율적으로 풀어보려고 다양한 해장 방법을 고민하고 시도해 보았던 것 같다. 술은 마셔야 하고, 이튿날 일은 해야 하니, 둘 다 가능한 방법을 찾은 거다.


해장을 위한 목적은 둘째치고 해장국은 그냥 맛있다. 술과 잠이 덜깬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해장국을 깍두기와 함께 먹고 나면 머리카락 속에 땀이 살짝 나면서 몸 안의 술 찌꺼기가 빠져나가며 디톡스가 되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먹고 식당에서 나와 상쾌한 바람을 쐬면 눈도 맑아지고 머릿속까지 시원해진다. 술을 안 드시는 우리 아버지도 주말 아침이면 즐겨 드시는 음식이다.


특히 겨울 아침에 먹는 해장국은 속은 따뜻하게, 머리는 맑게 해주는 한국에만 있는, 한국 사람들의 진정한 소울 푸드가 아닌가 싶다. 이런 맛은 우리 '외국인 오빠'는 알리가 없지. 한국에 가면 남편이랑 해장국을 종류별로 같이 먹어봐야겠다, 한국인의 소울을 좀 느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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