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남편 몇 년생이야?"
"소띠면 나랑 동갑이네."
"소띠는 죽어라 일할 팔잔데. 풉. 일 열심히 하겠네."
지난주에 아랍에미레이트에 거주하는 한국 예술가 모임에 우리 남편을 데리고 갔는데 제일 먼저 하는 질문들이 나이였다. 그러면서 그 모임에서 두 명이랑 동갑이라며 띠의 성향과 스타일을 이야기하면서 어딘가 서로의 공통 분모를 찾는 느낌이었다.
생각해 보면 남편 친구들 모임에 가면 싱가포르인 뿐만 아니라 다른 국적의 친구들이나 동료들 중에서 내 나이에 대해 물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남편 친구들이나 그들의 와이프를 만나면 몇 살인지 남편한테 왕왕 물어보곤 한다. 나는 도대체 왜 남의 나이가 궁금한 거지?
특히나 두바이에서 나와 동갑인 사람을 만나면 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거기에 동갑 한국 사람을 만나면 갑자기 한국 어디에서 살았는지부터 학교는 어디 다녔는지, 생각해 보면 거의 20년 전인 역사를 줄줄 수다 떨기 시작한다.
"아, 몇 년생이야?"
사실 엄마한테 남자 친구가 생겼는데 싱가포르 사람이라고 했더니 가장 먼저 한 팩트 체크도 나이였다. 수많은 질문 중에 왜 우린 몇 년생인지가 왜 그렇게 중요한 걸까?
1.
한국(남한) 안에서 서울이라는 곳은 그렇게 크지 않고 같은 해에 다닐 수 있는 학교가 한정적이라 그런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학번에 대학교를 다닌 경우, 만약 고등학교까지 가까운 지역 안에서 다녔다면 한 명만 건너면 서로 알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2.
외국에서 '프렌드'는 나이와 상관없이 나와 친한 사람이다. 한국에서의 '친구'는 주로 같은 동갑 나이의 사람을 말한다. 한 살이라도 많으면 친구라기보다는 '친한 언니'가 된다. 그러니까 프렌드와 친구는 살짝 그 개념이 다르다. 그리고 친한 언니한테는 야!라고 부를 수도 없고. 한국 사람들끼리 나이를 모르고 친구가 된다는 건, 어딘가 넌센스. 때때로 높임말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참고로 우리 남편은 베스트 프렌드의 정확한 나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료들 나이는 더 모른다. 그냥 나보다 좀 많을 걸? 적을 걸? 이 정도가 전부다.
3.
내 나이의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같은 나이거나 비슷한 나이 또래면 그만그만한 문화와 추억을 가지고 있다. 그 당시 한국에서 일어난 일들, 자주 먹던 과자들, 즐겨 들던 음악들, 유행하던 전자 기기들, 패션 아이템들 등 동시대에 많은 것들을 함께 경험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요즘은 한국 내의 한국 사람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과 유행을 공유하는 시대다. 어쩌면 한국의 요즘 세대는 사람을 사귀는 데 나이와 상관없이 '프렌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 20년 후에도 <응답하라 2024> 같은 드라마가 나올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