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봉낙타 Feb 08. 2024

전 애인과 친구로 지내도 괜찮아

1.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주변에 여자 (사람) 친구들이 많았다. 특히 소셜미디어로 DM을 주고받거나 포스팅에 답글을 달며 이래저래 연락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두바이에 나와 사니, 싱가포르 친구들이랑 안부를 주고받나 싶어 물어보니 고등학교 때 사귀었던 여자 친구부터 얼마 전에 사귀었던 여자 친구까지 전 애인들과 친구로 지내고 있었다.


심지어 전 애인의 남편과도 친구가 된 경우도 있었다.


"아니, 친구가 그렇게 없어? 굳이 예전 여자 친구들이랑 친구 해야 돼?"

"그냥 그 당시에는 제일 친했으니까 헤어졌어도 그냥 연락하면서 지낸 거야. 그때 나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이니까."

"헐, 하지 마. 다 연락 끊어!"

"왜?"

"왜냐고? 애인이었잖아! 막 뽀뽀도 하고 그랬을 거 아냐? 그럼 나랑 싸우거나 헤어지면 걔네들한테 연락해서 나랑 싸웠으니 위로해 줘. 뭐 그럴 거야? 친구는 무슨 친구!"



2.

나는 기본적으로 질투가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가면 사람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 어찌할 방도가 없는 거라 믿었다. 그런데 이렇게 전 애인들과 연락하면 지내고 또 (당시 여자친구인) 나한테 아무렇지 않게 말하니 매번 짜증이 났다. 질투였다.


한국 사람들은 애인과 헤어지면 연락을 끊는 게 기본이다. 잊지 못해서 연락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떻게 다른 사람을 사귀고 있는 전 애인과 친구가 될 수 있냔 말이다. 한국 사람이라고 단정 지어 보편화하고 싶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 경험상, 그게 현재의 애인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사실, 가끔 연락을 하는 경우에도 굳이 현재의 애인한테 그 사실을 낱낱이 말하지도 않는다. 불화를 일으킬 뿐, 즐거운 대화가 된 적이 없으니까.



3.

오헬리엉 루베르와 윤여진의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를 밀리의 서재에서 읽으면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다. 프랑스 사람들은 전 애인들과 친구로 지내는 건 당연하고 이성친구와 동성친구의 구분조차 크게 차이를 두지 않는다고 한다. 이성 친구의 집으로 놀러 가기도 하고, 동성친구의 집에서 자는 것처럼 심지어 이성 친구의 집에서 자기도 한다고 한다.


전 애인들과도 한번 쌓인 '정'을 연인 관계가 깨졌다고 해서 인간으로서의 관계를 싹둑 잘라버리지 않는다고 한다. 친구로 쿨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내고, 새로운 애인이 생기면 같이 만나기도 한며 '인간'으로서의 관계를 유지한다.


그래서 당연히 한국에 온 이후에도 전 여자 친구들과 계속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 문제로 여자 친구와 싸우기도 했다. 여자 친구의 얘기를 들어보니, 한국에서는 완전히 반대로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전 애인에게 연락하는 게 지금 애인에게 '너무한 일'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질투가 '사랑'의 증거라고 생각하지만, 프랑스에서는 '불신'의 증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견 차이가 생기는 것 같다.


*책에서 발췌한 부분은 파란색으로 표기했습니다.



4.

내가 쿨하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전 남자친구들한테 친구 하자고 연락할 수도 없는 노릇.


여전히 잘 모르겠다. '전 애인과의 우정은 정말 가능할까?


이전 04화 몇 년생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