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조절

by 정물루
tempImageyiihXl.heic


남들보다 빨리 가보니,

그 끝엔 잠깐의 우쭐함이 기다리고,

그 다음은

아쉬움, 후회, 피로, 외로움.

늘 그렇듯이

순서를 바꾸지 않고 도착했다.


그럼에도

나는 또 속도를 낸다.

더 빨리, 더 멀리.

왜인지 모르게,

그래야할 것 같아서.


이제는 빨리 가려 끙끙대는 대신,

천천히 가려 애써본다.

느릿한 마음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아침마다 마주치는 말들도,

처음에는 달린다.

그러다 멈춰서고,

걷는다.


느긋하고, 여유롭고, 우아하게.


빠르게 가라는 표지판은

본 적이 없다.

'천천히 가세요'는

곳곳에, 흔하게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자주 잊고

잘하지 못하나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죽음을 준비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