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빨리 가보니,
그 끝엔 잠깐의 우쭐함이 기다리고,
그 다음은
아쉬움, 후회, 피로, 외로움.
늘 그렇듯이
순서를 바꾸지 않고 도착했다.
그럼에도
나는 또 속도를 낸다.
더 빨리, 더 멀리.
왜인지 모르게,
그래야할 것 같아서.
이제는 빨리 가려 끙끙대는 대신,
천천히 가려 애써본다.
느릿한 마음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아침마다 마주치는 말들도,
처음에는 달린다.
그러다 멈춰서고,
걷는다.
느긋하고, 여유롭고, 우아하게.
빠르게 가라는 표지판은
본 적이 없다.
'천천히 가세요'는
곳곳에, 흔하게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자주 잊고
잘하지 못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