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과불식

by 똘레랑스

2025년을 마무리하며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내란의 밤과 탄핵, 뒤이어 이어진 윤석열 구속수감과 탈옥, 헌재에 의한 파면과 대통령선거…폭풍처럼 빠르게, 역으로 너무나 기나긴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남겼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제 길을 가고 있나? 우리는 우리를 믿는가? 희망은 있는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 우리가 다시 짊어질 짐입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글을 다시 읽어봅니다.


"동서고금의 수많은 언어 중에서 내가 가장 아끼는 희망의 언어는 ‘석과불식’(碩果不食, 씨 과일은 먹지 않고 땅에 심는다)‘이다. 주역(周易)의 효사(爻辭)에 있는 말이다. 적어도 내게는 절망을 희망으로 일구어내는 보석 같은 금언이다. 석과불식의 뜻은 ‘석과는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석과는 가지 끝에 남아 있는 최후의 ‘씨 과실’이다. 초겨울 삭풍 속의 씨 과실은 역경과 고난의 상징이다. 고난과 역경에 대한 희망의 언어가 바로 석과불식이다. 씨 과실을 먹지 않고(不食) 땅에 심는 것이다. 땅에 심어 새싹으로 키워내고 다시 나무로, 숲으로 만들어 가는 일이다. 이것은 절망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길어 올린 옛 사람들의 오래된 지혜이고 의지이다. 그런 점에서 석과불식은 단지 한 알의 씨앗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지키고 키워야 할 희망에 관한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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