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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레랑스 Sep 25. 2024

‘경성 크리처 1’

독특한 구성의 모던(modern) 항일(抗日) 영화

2023년 12월에 넷플릭스 드라마로 상영되었다는 ‘경성 크리처 시즌 1’(총 10부작)을 추석 연휴 기간에 몰아서 봤습니다. 9월 말에 시즌 2가 방영된다고 하더군요. 독특한 구성의 항일 영화입니다. 경성에서 만들어진 ‘크리처’(creature, 창조된 생명체)의 생성을 둘러싼 이야기인데, 그 배경이 바로 일제 강점기이지요. 제국주의의 야망에 의해 벌어진 참극, 과학과 이성에 대한 맹종으로 벌어진 참극을 다루고 있습니다. 또 한 축으로는 일제에 맞서 살아야 했던 대한민국 국민의 다양한 삶의 양태도 다루고 있지요. 독립운동을 준비하는 자들의 이념적 도그마, 고문과 학정에 무참히 무너지는 심성, 평범한 사람들의 독립과 자유에 대한 열망 등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크리처’라는 괴물의 등장이 없었다면 매우 통속적인 항일 드라마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21세기 윤석열 정권에 맞서 새로운 독립운동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심각한 이야기가 돌아다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 당시도 “나라를 뺏기겠어. 일제가 그러겠어”라는 생각이 팽배했지요. 일제의 침략 의도를 충실히 이행하며 이익과 권력을 누리려는 지식분자들도 꽤 많았습니다. 강점과 병탄의 방식은 아니어도 새로운 방식의 포박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10월 롱롱 연휴가 되면 아마도 “경성 크리처 시즌2”를 보고 있을 것 같습니다. 대단히 좋은 작품이어서는 아니고, 제가 그 드라마를 홍보할 생각도 없습니다. 윤채옥과 장태상 두 주인공의 아래 두 장면의 대사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억하고 있는가? 우리는 잃고 싶지 않은 것을 지키고 있는가?


윤채옥: 우리 약속 하나만 합시다. 만약에 우리 둘 중에 누구라도 먼저 죽게 된다면 남는 사람이 먼저 간 사람을 기억해 주는 거요. 어떻소? 죽는 걸 별로 슬프지 않은데, 내가 살다 간 흔적조차 아무도 생각해주지 않는다면 그건 왠지 좀 쓸쓸할 것 같아서

장태상: 흠(웃음) 미안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거요, 우리 둘 좋은 시절까지 함께 할 거니까.

윤채옥: 우리한테도 그 좋은 시절이 오겠소?

장태상: 올 거요. 우리 둘한테도 그런 날이 꼭 오게 할거요... 그러니까. 나하고 이제 내 옆에서 같이 있읍시다.


(다른 장면)

윤채옥: 내가 두려운 게 뭔지 아시오. 이 희망 없는 세상에서 뭔가를 꿈꾸게 된다는 것이오. 부질없는 희망 때문에 혹여 내 마음이 약해질까 봐. 해야 할 일 앞에서 망설이고 주저할까 봐. 그게 두렵소. 그래서 이렇게 인사를 고합니다. 고마웠소 고마웠소 장대주.

장태상: 그런데 말이오, 내가 제일 두려운 게 뭔지 아시오. 잃고 싶지 않은 것을 잃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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