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오타쿠라는 일본어가 그대로 쓰이면서 폐쇄적인 느낌을 줬다면, 지금은 아주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 의미가 변했다기보다는삶을 주체적으로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인 것 같다.‘취미’보다 조금 더 깊이 있는 개념이 바로 덕질이고, 덕질을 하는 사람이 바로 덕후가 아닐까.
덕질의 대상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가수, 배우, 개그맨, 운동선수, 프로게이머, 심지어 정치인까지 그 대상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영화, 음악, 웹툰이나 책처럼 콘텐츠가 될 수도 있고, 운동, 요리나 글쓰기처럼 행위가 될 수도 있다.
몸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내성적인 아이였던 필자는 노래를 많이 들었다. 음악방송이나 라디오로는 부족했는지, 용돈을 모아 H.O.T. 형들의 테이프를 사서 가사지가 닳을 때까지 달달 외우기도 했다. 테이프 살 돈이 없어서 공테이프에 라디오를녹음해서 들은 적도 있다.
이렇게 음악을 열심히 즐기던 덕후는변호사가 되었고, 이 변호사는 영화, 드라마, 뮤지컬, 연극까지 즐기게 되면서 어느새 잡덕이 되었다. 그리고 이 잡덕은 이제 글쓰기와 운동까지 영역을 넓히려 한다.
'하나를 해도 제대로'를 강조하는 사람도있지만 사실 덕질은 얕고 넓게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경험상 깊은 덕질은 그만큼 내 통장도 더 깊이 긁어갔으니까.
혼자 하는 덕질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보니, 정보를 접하기 위해 각종 커뮤니티에 가입하곤 한다. 필자도 그동안 팬카페나 공식 홈페이지 같은 커뮤니티, 블로그, 트위터까지 다양한 공간을 경험해오면서 수천만 개의 콘텐츠를 봐왔다.
그런데 정말 아슬아슬해 보이는 글이 많았다. 당당하게 음원을 공유해달라고 하질 않나, 허락 없이 사진이나 영상을 퍼오질 않나, 근거 없이 소문을 퍼트리는 악플도 보였다. 안 되는 줄 알면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마 자기도 모른 채 법을 어기는 경우가 대부분일 거라 생각한다.
덕질은 더 이상 특정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문화가 된 이상덕질도 성숙해져야 한다. 덕후들이 조금씩이나마 법을 알아갈 수 있도록, 안전하고 상쾌하게 계속 덕질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글을 써보려 한다. 물론 법에는 항상 예외가 있고 상황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최대한 일반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풀어볼 것이다.
어덕행덕이라는 말이 있다. '어차피 덕질할 거 행복하게 덕질하자'라는 말의 줄임말인데, 걱정하며 스트레스받는 덕질 말고, 이왕 하는 거 즐기자는 뜻이다. 필자도 어느 정도는 덕업일치를 이루었기 때문에 행덕에 가까워지지 않았나 싶었는데, 현생에 치이다 보니 행덕이라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물론 행복한 덕질도 중요하다. 하지만 행복한 덕질도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그래야만 결과적으로 찝찝함이 남지 않는 진정한 의미의 행덕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어덕합덕을 모토로 글을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