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특집] 최애 후보 덕질이 선거법 위반?
선거도 덕질로 하는 이들을 위한 선거법 해설
무슨 선거든 간에 투표를 할 때는 후보자의 역량과 공약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그저 후보자가 좋아서 한 표를 던지곤 한다. 선거와 무관하게 해오던 덕질이라, 선거를 하나의 이벤트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덕질이라고 생각하고 최애 후보 당선을 위해 애쓰다가 무심코 선거법 위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연말 시상식 투표 독려와는 다르다...!) 오늘은 선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정치인 덕후들이 많이 궁금해하는 몇 가지를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1. 예비후보자? 후보자? 그게 그거 아냐?
선거법이 궁금해서 검색해보니까 여기는 후보자, 저기는 예비후보자로 되어 있다. 뭔가 글자만 보면 선거에 나갈 생각이 있는 사람은 죄다 예비후보자인 것 같다. 하지만 예비후보자는 선관위에 '예비후보자'로 등록된 사람을 말한다(공직선거법 제60조의2). 그리고 후보자 역시 선관위에 '후보자'로 등록된 사람을 말한다(제49조). 이번 선거의 경우 후보자등록은 2020년 3월 26일부터 하게 되므로 그 전에는 '후보자'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2. 후보자 굿즈를 만들어도 될까?
덕질로 쌓은 실력을 이용하여 포스터나 전단지, 인형 기타 각종 굿즈를 만들어 이용하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①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ㆍ추천ㆍ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②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이 포함되어 있는 광고, 사진, 인쇄물이나 그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ㆍ첩부 또는 게시할 수 없다(법 제93조). 어려운 말로 가득한데, 웬만하면 다 안 된다는 말이다.
딱히 내용도 없고 성명도 없으면 가능할 것 같지만, 제90조가 기다리고 있다. 누구든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①화환ㆍ간판ㆍ현수막 그 밖의 광고물이나 광고시설을 설치ㆍ게시ㆍ배부하는 행위, ②표찰이나 그 밖의 표시물을 착용 또는 배부하는 행위, ③후보자를 상징하는 인형ㆍ마스코트 등 상징물을 제작ㆍ판매하는 행위도 할 수 없는데,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ㆍ사진이 포함돼 있으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법 제90조).
둘 다 통과하는 굿즈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신박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더라도 선관위 해석에 따라 위반이 될 수도 있으므로 무작정 시도하지 말고 반드시 사전에 선관위에 질의해보고 결정하길 바란다.
그리고 '선거법상 가능한 선거운동'이라 하더라도 선거운동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선거운동기간에만 할 수 있다. 선거운동기간은 선거기간개시일부터 선거일 전일까지인데, 이번 선거의 경우 2020년 4월 2일부터 2020년 4월 14일까지다.
* 굿즈 제작 법적 문제 (https://brunch.co.kr/@legaldeok/6)
*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 (https://brunch.co.kr/@legaldeok/13)
3. 응원차 선거사무소에 음료수를 가지고 방문해도 될까?
지인이 선거에 출마하거나 최애 후보 선거사무소가 가까이 있어서 음료수를 사들고 응원차 방문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그 자리에서 즉시 먹어치울 수 있는 정도의 양이라면 의례적 범위 내의 것으로 볼 수 있어 무방하지만, 그 이상의 양을 가져가게 되면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이 되어 정치자금법에 위반된다(정치자금법 제2조)
4. 직장에서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을까?
누구든지 ①교육적ㆍ종교적 또는 직업적인 기관ㆍ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하거나, ②계열화나 하도급 등 거래상 특수한 지위를 이용하여 기업조직ㆍ기업체 또는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하거나, ③교육적인 특수관계에 있는 선거권이 없는 자에 대하여 교육상의 행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법 제85조). 따라서 회사 상사가 회의 중 선거운동을 하거나, 교수나 강사가 수업 중 선거운동을 한다면 경우에 따라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
5. 카페나 블로그, 뉴스 댓글로 최애 후보 홍보를 해도 될까?
지난번 게시물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시기에 관계없이 문자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 카페, 블로그, SNS, 댓글, 카톡 등에 글이나 사진, 동영상 등을 게시하거나 이메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법 제59조).
* 문자를 이용한 선거운동 (https://brunch.co.kr/@legaldeok/13)
6. 낙선운동도 선거운동일까?
공직선거법은 당선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를 선거운동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선거에 관한 단순한 지지ㆍ반대의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는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지만 단순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를 넘으면 선거운동이 된다(법 제58조). 따라서 낙선운동도 선거운동이므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공직선거법상 가능한 방법으로 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낙선운동의 특성상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반대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가 많은데, 후보자나 그 가족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하거나, 비방하거나, 특정 지역이나 성별을 비하, 모욕하지 않아야 한다(법 제110조, 제250조, 제251조)
7. 가짜뉴스가 대체 뭐야?
가짜뉴스(Fake news) 정의의 핵심은 바로 외적인 형태다. 정의의 주체를 불문하고 언론 보도의 형태를 하고 있으나 그 내용이 거짓인 것으로 가짜뉴스를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언론은 이런 개념과 관계없이 단순히 그 내용이 거짓이기만 하면 모두 '가짜뉴스'라는 이름을 붙여 보도하고 있다. 누가 트위터에서 헛소리를 해도 가짜뉴스, 허위광고를 해도 가짜뉴스, 이상한 소문이 돌아도 가짜뉴스, 죄다 가짜뉴스로 부르고 있다.
물론 그런 허위사실의 유포도 잘못된 것이지만, 진짜 가짜뉴스(?)는 가짜 가짜뉴스에 비해 오인가능성이 현저히 크므로 더 엄격하게 규제하여야 한다. 따라서 가짜뉴스가 단순한 거짓 정보 정도로 여겨지지 않도록 그 뜻을 엄밀히 구분하여 사용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선거운동도 좋지만 선거운동을 위해 가짜뉴스를 실어 나르거나 가짜뉴스를 믿고 허위사실을 공표한다면 경우에 따라 선거법 위반이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8. 선거연령이 낮아졌다던데 그럼 나도?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졌다. 따라서 2002년 4월 16일 이전에 태어난 사람은 고딩이어도 국회의원 선거의 선거권이 있다(법 제15조). 이와 동시에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인 미성년자의 기준도 만 18세로 바뀌었는데(법 제60조), 단순히 선거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안 되고, 선거운동을 하는 그 시점에 만 18세가 되어야 한다.
2002년 4월 6일 생일 → 투표 가능, 4월 5일 선거운동 가능
2002년 4월 16일 생일 → 투표 가능, 4월 5일 선거운동 불가능
9. 투표 인증샷 찍어도 될까?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은 선거일 당일에도 할 수 있다. 따라서 특정 기호를 떠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촬영한 투표인증샷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해서는 안 되며(법 제166조의2), 명시적인 규정은 없지만 기표하지 않은 빈 투표용지를 촬영하거나 투표소 내에서 셀카를 촬영하는 것도 금지된다.
따라서 투표소 밖에서 인증샷을 촬영하여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투표 후 투표소에서 나가기 전에 투표관리관에게 요청하면 투표확인증을 발급해주므로 투표확인증을 자랑스럽게 촬영해도 된다.
선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몇 가지 질문들을 간단히 살펴보았다. 매번 말하지만 앞서 언급한 내용들은 일반적인 내용이므로 자세한 사항은 공직선거법 규정을 직접 확인해보길 바라며,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법의 적용 및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선관위 홈페이지나 선거법규포털에 굉장히 잘 설명되어 있다. 그래도 헷갈리면 인터넷(정치관계법 질의)이나 전화(1390)로 질의가 가능하다. 무턱대고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먼저 알아보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선거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모두가 불안한 와중에도 전국 곳곳에서 선거를 위한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좋아하는 후보자에게 한 표를 던지는 것도 좋지만, 기왕이면 공약 등 다양한 기준을 고려하여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 중앙선관위: http://www.nec.go.kr
- 선거법규포털: http://law.nec.go.kr
- 정책공약알리미: http://policy.nec.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