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스타그램 피드에 광고가 너무 많이 떠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한 광고를 보고 멈칫했다. 영상이나 이미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아주 짧은 글이었다.
"수건은 늘 그냥 집에 있는 것 적당히 쓰는 엄마를 위해"
그 광고를 보고 본가에 있는 수건을 떠올려봤다. 어떤 색이었더라. 흰색, 색이 다 빠진 분홍색, 색이 다 빠진 민트색, 색이 다 빠진 하늘색, 그리고 또 색이 다 빠진 무슨무슨 색. 출처도 참 다양했다. 수십 년 전에 아빠가 다녔던 회사의 야유회 기념품, 이름 모를 무슨 회사의 개업 선물, 지금은 없어진 어느 가게의 사은품, 그리고 내가 어느 행사에서 받아와 "엄마 이거 쓰실래요?" 하면서 가져다 드린 기념품까지...
본가에 가면 늘 그런 수건이 걸려 있었기에 아무런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수건이라는 건 원래 다 그렇게 여기저기서 비자발적으로 누군가로부터 받는 것이고, 사이즈도 색상도 디자인도 다른 것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이리저리 뒤섞여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나는 독립한 후에 어떤 단체명도, 날짜도 적히지 않은, 같은 색, 같은 디자인의 수건을 여러 장 사서 수건함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쓰고 있다. 깔끔하게. 예쁘게 말이다.
그 광고가 한 번 더 눈에 들어왔을 때, 링크를 타고 가서 아주 고급스러워 보이는 수건 세트를 바로 주문했다. 30수, 40수도 아니고 무려 프리미엄 50수. 수건의 품질 같은 것에는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50수라고 해도 사실 뭐가 특별히 와닿지는 않았는데, 디자인이 깔끔하고 색상도 예뻐서 엄마도 좋아하실 것 같았다. 엄마가 보셨다면 "수건 집에 많은데 뭘!" 하며 절대 스스로는 사지 않으실 가격이었지만, 마침 할인 이벤트를 하고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예쁘게 포장된 박스에 종이가방까지 챙겨서 본가에 들러 수건을 드렸는데, 수건을 보고 엄마가 하신 말씀이 아직도 선명하다.
"어머, 나 뭐 안 쓰여 있는 수건 처음 써본다. 너무 예쁘네."
엄마도 30년 된 빛바랜 핑크색 수건 말고, 포근한 색상의 보들보들한 50수 수건 좋아한다. 그런데 참...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로 쓰시라고 말씀드렸는데도, 한 달이 지나 본가에 다시 들렀더니 예쁜 새 수건 아까워서 어떻게 쓰냐고 박스 채 고이 보관만 하고 계신다. 몸에 밴 근검절약 습관 때문에 당분간 새 수건은 안 쓰실 것 같지만, 뭐 어떤가. 예쁘고 튼튼한 새 수건이 집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우신 것 같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