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내 번호는 또 어디서 팔린 걸까

by 덕변

선거철만 되면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온다. 하루에 네 다섯 통씩 오는 경우도 있는데, 혹시나 해서 받으면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여론조사 자동음성 메시지가 나온다. 귀찮은 건 둘째 치고,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를 하는 걸까?


Gemini_Generated_Image_tnmrkptnmrkptnmr.png 이 이미지는 AI(Gemini)를 통해 생성되었습니다.


왜 하필 내 번호일까 - RDD와 가상번호

하나는 RDD(무작위 전화 걸기) 방식으로, 국번 대역에서 번호를 수학적으로 무작위 생성해 전화를 거는 방식이다. 여론조사 기관이 내 번호를 사전에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생성된 번호가 내 번호와 우연히 일치한 것이다. 전국이나 광역 단위의 대규모 조사에 주로 쓰인다.

다른 하나는 가상번호(안심번호) 방식이다. 공직선거법 제108조의2에 따라, 공표·보도 목적의 선거 여론조사를 하는 기관은 이동통신 3사(KT·SKT·LG유플러스)에 가상번호를 요청할 수 있다. 통신사는 자사 고객의 번호를 성별·연령대·지역별로 추출한 뒤, 실제 번호 대신 050으로 시작하는 1회용 가상번호로 변환해 넘겨준다. 여론조사 기관은 이 가상번호로 전화를 거는 것이고, 내 실제 번호는 알지 못한다. 특히 기초의원(구·시·군의) 선거구처럼 조사 범위가 좁을 때는 이 방식이 필수다. RDD로는 특정 지역 거주자만 골라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 여론조사와 달리, 선거운동 전화는 좀 다르다. 이 부분은 나중에 다른 글에서 알아보기로 한다.


여론조사도 다 가능한 건 아니다

개인정보가 불법으로 팔린 게 아니라, 무작위로 생성된 번호에 걸린 것이거나, 통신사가 법적 절차에 따라 가상번호를 제공한 것이다. 다만 번호 이용에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여론조사 기관이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여론조사 기관은 기관의 명칭과 연락처를 먼저 밝혀야 한다. 만약 이를 밝히지 않거나,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답변을 유도하거나, 응답을 강요한다면 모두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 야간(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에는 전화 여론조사를 할 수 없다는 제한도 있다. 그리고 선거일 전 6일부터 투표 마감시각까지는 여론조사 결과 자체를 공표하거나 보도할 수 없다.


차단하는 방법

가상번호 제공 대상이 된 이용자가 가상번호 활용에 대한 거부 의사를 표시할 경우, 이동통신사업자는 그 후에 가상번호를 생성하는 때에는 해당 이용자가 포함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것처럼 통신3사가 지정한 아래 번호로 전화를 걸면 거부 등록을 할 수 있다.

- SKT: 1547

- KT: 080-999-1390

- LG유플러스: 080-855-0016


다만 '그 후에' 포함되지 않게 하는 것일 뿐이므로, 이미 여론조사 기관에 넘어간 가상번호로는 여전히 전화가 올 수 있다. 그리고 이 방법은 가상번호 방식에만 효과가 있다. RDD로 무작위 생성된 번호가 내 번호와 일치해서 걸려오는 전화는 이렇게 사전에 차단할 수가 없다.




시도 때도 없이 오는 전화 때문에 불쾌하고 불편하긴 하지만, 여론조사 전화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번호도 무작위로 생성하거나 통신사로부터 적법하게 받은 번호이니 이걸 문제 삼을 수도 없다. 선관위에 전화해도 해결될 수가 없는 문제다. 전화를 받아 여론조사에 응해도 되지만, 응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휴대폰 자체 차단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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