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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강스백 Dec 28. 2020

행복하려면 행동하세요

생각은 그만하고

지방발령이 잦았던 아빠의 직업 때문에 전국을 누비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때 전학만 10번, 6학년 담임선생님은 세분..... 졸업사진은 마산에서 찍고, 졸업식은 광주에서 했다.

덕분에 멀리 있는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고 길 가다 만나도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그때는 뭐가 그리 애틋했을까.

처음 전학이라는 것을 접했을 때는 초등학교 3학년, 울산에서 순천으로 이사했을 때였다. 10살의 크리스마스, 친구들에게 카드를 쓰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우표를 붙이지 않으면 편지가 반송된다. 그럼 우체국에 보낼 때 우표를 붙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우체부 아저씨는 편지를 읽을까? 아니면 우표를 붙이지 않았으니 읽지 않고 반송될까?

너무 궁금했다. 우체부 아저씨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보기로 했다. 동생을 꼬셔 편지 한 통에는 우표를 붙이고, 한 통에는 우표를 붙이지 않았다.

"우체부 아저씨, 메리 크리스마스! 이사해서 멀리 있는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는데 우체국이 없었으면..... 친구들에게 편지를 전해줘서 감사합니다."

선물 그림도 그려 넣고 뭐 이런 식으로 썼던 것 같다. 어린 시절의 나는 참.... 앙증맞았구나.ㅋㅋㅋㅋ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두구두구두구

우표를 붙이지 않은 편지, 우표를 붙인 편지 두 개 모두 답장이 왔다. 어른 글씨였고, 고맙다는 답장이었다. 나는 팔짝팔짝 뛸 정도로 기뻤다.

아직도 답은 모른다. 궁금증은 해결되지 않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기쁨을 얻었다. 연말이 되면 20년도 훨씬 지난 그날이 생각난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훨씬 행복했던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무언가에 호기심을 느꼈다면 결과가 어찌 되든 한번 해 보는 것. 아이였던 나와 성인이 된 나의 큰 차이점이다. 나는 지금 생각만 너무 많고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올해 지독한 블태기를 겪고 있다.

시간이 없어서, 입덧이 심해서, 코로나로 아이랑 함께 있어서... 가만히 있을수록 가만히 있을 이유만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이가 어려 시간이 더 없던 몇 년 전,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은 때였지만 그때 초고의 반 이상을 완성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성을 못하고 있다.(아이는 유치원 가서 5시에 온다.) 매일 글을 쓰기만 했으면 됐을 텐데 갑자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책을 내는 게 그렇게 큰돈을 벌지는 못한다는데? 요즘은 돈 들여서 책을 내는 경우도 많다는데? 내 이야기가 돈이 안 되는 글일까? 요즘 블로그 글을 몰래 읽는 지인들이 있다. 좋아요 한 번을 안 누르면서. 확실한데 증거가 없다. 기분 나쁘니 다른 경로로 글을 써야겠다. 그런데 나를 좋아해 주는 이웃들을 버릴 수 없다. 에잇, 어떡할까? 신경 끄고 책이나 완성해 보자.

그런데 책을 내는 게 그렇게 큰돈을 벌지는 못한다는데? 계속 도돌이표로 생각만 하고 있었다.

남에게 피해 주는 것이 아니라면, 큰돈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면 일단 한번 해보자, 그리고 생각지 못한 결과를 즐기자. 내년의 목표이자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다.


저의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이웃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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