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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강스백 Dec 22. 2020

상대방이 싫어하면 멈추세요, 사랑의 기본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사진출처 - 픽사베이


아이가 요즘 스트레스를 받아 온다. 친구 문제 때문이다. 유치원 생활을 하며 걱정했던 것도 친구관계다. 한 친구와 살짝 갈등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아이들 문제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아이는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나 유치원 다른데 다니고 싶어."

"응? 왜?? 무슨 일이야? 선생님께 혼났어?"

"아니. 나 ㅇㅇ가 너무 싫어. 매일 괴롭히니까. ㅇㅇ 없는 유치원 다니고 싶어."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그저 친구들끼리의 투닥거림으로만 보고 그냥 넘긴 것도 마음에 걸렸다.

다음 날 선생님과 긴 통화를 했다. 단지 아이들끼리의 성향 문제인지, 아님 정말 한 아이가 괴롭히는 건지. 한 시간 가까이 통화했다.

우선 선생님은 아이가 말하는 것처럼 한 친구가 우리 아이를 괴롭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아이는 혼자서도 집중해서 잘 노는 편이다. 친구는 같이 놀자며 우리 아이에게 다가오는데 우리 아이는 불편해하고 있었다. 친구는 그저 좋아서 같이 놀자고 다가오는 것인데 아이는 자기 하던 놀이를 방해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평소에 둘이 잘 놀다가도 아이는 힘들어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놀이시간이나 급식실 갈 때도 둘이 떼어놓고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지만 걱정할 만큼의 문제는 아니라는 말에 한숨을 돌렸다.

친구는 내가 봐도 악의는 없다. 그저 아이와 놀고 싶어서 장난치는 게 보인다. 괴롭히려는 의도는 전혀 없지만 아이는 악을 쓰며 싫어했다.

아무리 좋은 마음이어도 싫다는데 계속하면 폭력이다.


아이에게 꼭 가르치는 게 있다. 친구가 장난치거나 괴롭히면 싫다는 말을 분명히 하라고. "하지 마! 싫어!" 표현을 세 번 했는데도 계속하면 엄마에게 오거나 엄마 없으면 선생님한테 가라고 말한다. 이르라는 개념은 아니다. 기분 나쁜 상황을 아이 스스로 벗어날 수 있는 힘을 길렀으면 좋겠다.

"친구가 싫다는데 좋다고 껴안고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건 폭력이죠."

선생님도 지지해 주었다.

아이가 친구와 놀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다. 친구에게 같이 놀자고 물어보고 친구가 응해주었을 때 함께 놀아야 한다. 싫다고 하면 절대 친구에게 장난치지 마라고 한다. (여러 친구들이 한데 어울려 노는 경우는 제외)

"친구니까 사이좋게 놀아야지."

"싸웠으면 화해해야지."

이런 말은 아이에게 폭력일 수 있다.




<긴 글 삭제>


아이의 친구 문제를 지켜보며, 일방적인 불쾌한 일을 겪으며 인연이 될 뻔했던 한 남자가 생각났다. 애초에 시작도 안 한 관계이기에 추억도 없고,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가끔 생각나는 그의 이미지는 고마움이다. 그와는 사귀던 남자 친구와 헤어졌을 때 잠깐 만났다. 그는 나에게 잘해주었고 나를 도와주려고도 노력했다. 이 사람과 만나면 남자 친구와 헤어진 슬픔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유쾌했다.

하지만 실연당한 슬픔을 다른 사람을 통해 잊는다는 게 그 사람에게 미안했다. 더 솔직하게는 사랑이나 호감의 감정이 들지 않았다. 3일 정도 만나고 전화 통화하는 중 그에게 뜬금포 선언을 했다.

"다시는 연락하지 마세요."

그는 좀 놀란 듯했고 정말이냐고 한 번 물어보고는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내 앞에서 사라졌다. 이유도 묻지 않았다. 너무 깔끔해서 서운할 정도였다. 나는 그게 참 감사하다.

좋은 마음을 전했다면 그 마음을 받고 안 받고는 상대방의 마음이다. 상대방이 싫은 표현을 하고 거절했는데도 집에 쫓아오고 연락을 해대면 그게 아무리 좋은 마음이라 할지라도 폭력이고 스토킹이다. 부부 사이에도, 부모 자식 간에도.

+약간 추가

아이의 모든 감정을 인정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이의 싫은 감정도 지켜보고 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으면 좋겠지만 해소하는 법을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고민이다. '미움'은 마음속에 오래 묵혀둘수록 자기가 괴로워지는 감정이기 때문에. 이 내용으로도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leganceba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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