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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강스백 Jan 14. 2020

예쁜 것을 보려는 노력도 필요해


동백 보러 제주도까지 가긴 그렇고 강진 백련사에 다녀와야겠다 싶었는데 더 가까운 신안 섬에서 동백축제를 한다고 한다. 만삭일 때 한 번 와봤던 곳이다. 3년 전에는 허허벌판이었는데 지금은 주차장이 꽉 찼다. 매표소에서 줄까지 설 정도. 관광버스도 몇 대가 왔다. 두근두근. 가까운 곳에 동백 군락지가 있다니.. 기쁜 마음으로 매표소에서 줄을 섰다.




그런데 생각보다 별로였다. 동백이 많이 피긴 했지만 말 그대로 애기동백이어서 생각했던 동백의 느낌이 아니었다. 사진도 잘 나오지 않았다. 아이는 사진 좀 찍어보려 하면 도망가느라 바빴다. 






불평불만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나의 문제니까. 날이 흐려서, 아이가 나대서, 꽃이 예쁘게 피지 않아서... 수많은 '별로'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은 있을 테니까. 한 그루에 천 송이가 넘는 꽃이 달렸다는 애기동백. 몇백 그루, 몇천만 송이의 꽃나무 중에서 가장 예쁜 것을 사진으로 남기는 사람은 분명 있을 것이다.






나의 웃는 모습을 호탕하게 봐주는 사람이 있고, 웃는 입 속에서 숨겨놓은 충치를 발견하는 사람이 있다. 나를 어떻게 보는지는 보는 사람의 마음이다. 꽃은 말이 없을 뿐. 






예쁜 사진 건질 생각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공원을 천천히 걸었다. 겨울에 은은한 꽃향기를 맡을 수 있다니. 공원 한 바퀴 돌고 내려오는 길에 나무 사이에서 맘에 드는 사진 한 장을 건졌다. 길게 나왔어. 역시 나오길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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