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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강스백 Mar 02. 2020

곱창 vs 전복밥

외식은 사치가 아니에요.


백종원 골목식당 보면서 곱창이 먹고 싶어 졌다. 외식을 즐기지 않기에 집 근처에 맛있는 곱창집이 있다는데도 가보지 않았다. 요즘은 먹방 방송이 많이 나와 티비 볼 때마다 군침을 흘린다.

"우리 집 근처 곱창집 한번 가보자. 진짜 먹고 싶어."

"돈이 어딨어?"

"..."


그래. 돈 없다. 한 달 수입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3인 가족 한 달 지출이 130이다. 이 돈으로 한 달을 살고 있고 대출 아주 빵~빵 하다. 쓸데없는 지출은 당연히 못하고 가끔 만나는 술 모임도 탈퇴했다. 그렇다고 생활에 불편할 정도로 궁상은 아니다. 부자라고 같은 아파트 관리비가 100만 원 나오지는 않을 테지 뭐. 터무니없이 적은 돈으로 한 달을 버텨내는데 약간 쾌감까지 느꼈다. 변탠가봐.ㅋㅋㅋㅋ

한 달 130으로 살아간다면 빠르게 돈을 모을 수 있겠지. 올 8월에 드디어 상속된 아빠 빚이 끝난다. 유후~

이 시국에 외식이 뜬금없긴 하지만 나는 살짝 마음이 상했다.





마트에 갔다. 남편은 전복을 보더니 전복밥 먹고 싶다고 했다. 전복을 집는데 남편이 전복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작은 전복 6마리에 2만 원 정도.

남편 : 전복 왜 이리 비싸? 만원 어치만 사자.

나 : 원래 이 정도 해. 작은 거라 만 원어치 사면 맛도 안나.

남편 : 그럼 여태껏 집에서 먹은 전복밥이 그 가격이었어?

나 : 그치. 집밥이라고 5천 원~ 만원 재료비 나오는 줄 알았어? 오리탕도 오리에 미나리에 재료값은 2만 원 정도 해.

그 : 진짜?

집밥 오리탕


나 : 식당에서는 오리탕 5만 원 하잖아. 식당은 재료비의 2배~ 3배 가격 되는 것 같아.

그 : 아.... 그렇구나.

나 : 그러니 내가 집에서 자기 좋아하는 거 만들어 주면 가끔 나 먹고 싶은 음식은 외식해도 되잖아. 곱창을 집에서 어떻게 해 먹어? 식단 짜서 만든다고 해도 당신 좋아하는 전복밥, 오리탕을 고르지 나 좋아하는 곱창, 초밥을 고르겠냐고.​

남편은 말이 없었다. 나는 오리탕을 좋아하지 않는다. 시댁에서 오리탕을 하면 나는 굶고 나가서 빵 사 먹는다. 남편은 그것도 알고 있다.




전복밥 대령이오. 전복내장은 밥 지을 때 같이 넣고 전복은 썰어서 버터 소금에 볶는다. 밥이 다 되면 버터 전복을 밥 위에 올려 완성~ 양념간장은 대충 만들어도 맛있지만 봄 느낌으로 달래 간장으로 만들었다. 맛있어 맛있어.







맛있어 맛있어 맛있어.
한 그릇 맛있게 먹고 남편이 입을 열었다.

"아~ 잘 먹었다. 다음에는 곱창 먹으러 가자."
.
.
.

남편 키우기 힘들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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