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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강스백 May 09. 2020

제로 웨이스트 라기보다는 그저 호기심으로 시작

천연 수세미, 설거지 비누 구입


배송비 아끼려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만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안일에 집중하게 되었다. 어떤 날은 냉장고를 갈아엎었고 어떤 날은 장난감을 싹 정리했다. 해도 해도 계속 나오는 집안일이 재밌어질 정도로 내공이 쌓였지만 아직도 적응 안되고 하기 싫은 집안일이 있다. 바로바로 설거지! 나는 설거지가 참 귀찮다.

설거지하는 게 너무 싫어서 식기세척기까지 구입했다. 그런데 식기세척기를 가장 큰 용량으로 구입했는데도 손으로 설거지를 계속하고 있다. 가벼운 나무 그릇이나 플라스틱, 혹은 손으로만 닦을 수 있는 휴롬 착즙기, 모카포트, 믹서기 등 식기세척기에 넣지 못하는 것들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휴롬으로 두부만들기


결국 내가 해야 할 손 설거지는 늘었다. 하지만 이것을 식기세척기의 단점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집에 있는 그릇이나 기구들을 더 다양하게 사용하게 되었으니. 식기세척기 없었을 때는 설거지하는 게 엄두가 안 나서 착즙기를 쓰지 않았다. 식기세척기가 착즙기를 닦아주지는 못하지만 다른 그릇들을 씻어주니 기꺼이 부담 없이 손으로 설거지를 한다.



나는 환경론자는 아니다. 고기는 비닐팩에 넣어 냉동하고 냉장고 정리용기는 모두 플라스틱이다. 어떤 실천을 하기 위해 천연 수세미를 구입한 것도 아니다. 식기세척기를 들였어도 내 손이 필요한 그놈의 설거지를 좀 더 재밌게 해 보고자 천연 수세미를 사본 것뿐이다.

오호~ 이거 신기하다. 수세미가 진짜 수세미야~!
속에 수세미 씨앗까지 그대로 있다. 잘 빼서 한번 심어봐야지.

단순한 호기심으로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하면 저 쫌 귀여운가요? 배송비 아끼려고 몽땅 사버린 건 어때요?

택배를 꺼내면서 아주 잠깐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순천 살았을 때, 그러니까 엄마가 살림을 할 때도 저것들이 있었다. 천연 수세미와 설거지 비누. 저게 참 촌스러워 보였는데 왜 나는 엄마랑 똑같이 하고 있지.

2019. 11월 미세미세 캡쳐

코로나가 터지기 전, 미세먼지로 고통을 받았지만 마냥 옆 나라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비가 오면 미세먼지가 씻겨서 전국적으로 맑다는 날에도 우리 동네는 경고단계를 넘어서 심각, 최악을 찍었다. 근처 공단에서 비 오는 날에 뭐를 신나게 뿜어대는 것이었다.

이 황당한 미세먼지 지도를 보며 먼 나라 욕할 것도 아니고 동네 공장 욕할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나나 잘하고 살 일이다. 너 말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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