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책은 사라지지 않는다(하)

15년 차 실무자와 내려온 말들(완결)

by 헛똑똑이

질책은 바로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고 오너의 질책이 잊혀 가고 있었습니다. 충성파는 곧 있을 연간계획발표 자료를 며칠간 팀원들과 만들고 있었다고 합니다. 부서장과 본부장에게 1차 초안 자료를 보고하였고… 갑자기 전화가 한통이 울렸습니다. 오너에게 보고할 연간계획자료를 같이 이야기하자고…. 느낌은 좋지 않았으나, 연초라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든 질책을 품고 있던 대표이사는, 마치 댐의 수문이 열린 것처럼 그 말들을 아래로 흘려보냈다고 전해집니다. 헛똑똑이는 그 보고 자리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면은 굳이 보지 않아도 그려집니다. 이런 회의는 언제나 같은 구조로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전언에 따르면 일단, 가슴을 후벼 파는 이야기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충성파 때문에 사업이 망했다는 말, 충성파 때문에 본부가 구조조정에 이르렀다는 말, 대표이사라는 최고 권력이 일개 실무 팀장에게 직접 책임을 묻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심지어, 15년간의 근무 기간을 마치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시간처럼 표현하는 말도 서슴없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 말들은 질책이라기보다 심문에 가까웠습니다. 답이 정해진 질문들이었고, 성과를 논하는 자리라기보다는 서열을 확인하기 위해 상대를 세워두는 시간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그 장면을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치 사극 〈태조 왕건〉 속에서 궁예가 관심법을 시전 하는 장면과 같았다고.


전사 매출의 2%가 그토록 중요한 숫자였다면, 왜 그 무게는 오롯이 한 사람에게만 실려 있었을까. 충성파의 멘탈은 바로 그 지점에서 흔들렸다고 전해집니다. 15년 동안 쌓아온 시간은 하루아침에 부정되었고, 충성은 설명해야 할 태도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날 이후 충성파는 같은 마음으로 일하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조직은 종종 이런 상처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라진다고 착각합니다.


그리고 이 글은, 대표이사의 마음가짐에서 멈춥니다. 질책은 권한으로 할 수 있지만, 해석은 권한으로 통제되지 않습니다. 한 번 던져진 말은 조직을 타고 내려가며 의도보다 더 크게, 더 날카롭게 변형됩니다.


만약 대표이사가 질책을 통해 성과를 만들고자 했다면, 그날 던졌어야 할 것은 기대치가 아니라 방향이었을 것입니다. 침묵을 남기는 질문이 아니라, 함께 책임질 수 있는 문장이었을 것입니다.


질책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누군가의 마음에 남아 조용히 조직을 바꿉니다.


헛똑똑이는 이쯤에서 기록을 멈춥니다. 이다음은, 이미 수없이 반복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이 기록은 여기까지입니다. 판단은 각자의 경험에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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