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로 살아온 시간을 정리하며 남긴 기록
헛똑똑이 41세가 되다
헛똑똑이 올해 41세 생일을 맞았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지 아직 어색하고 쑥스럽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성취감을 느끼며 오늘도 적습니다. 이번 생일을 계기로 후회스러운 과거를 꺼내어, 도망치지 말고 개선해보려 합니다. 생일이라는 감성적인 자극이 더 깊숙이 숨어있는 헛똑똑이를 억지로 꺼내고 있습니다.
대학졸업까지,
헛똑똑이는 부모님의 과분한 사랑 속에서 큰 걱정 없이 살아왔습니다. 모난 성격이 없진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핑계의 연속이었습니다. 소심하고 조용했던 성격은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인정 덕분에 조금씩 나아졌지만, 여전히 핑계쟁이였습니다. 늦은 시작이었지만 경제, 경영, 회계학 원론을 수강하며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타과 전공생과 스터디를 하고, 현직자 인터뷰를 진행하며 도서관 자료를 뒤졌던 경험은 작은 씨앗이 되어 지금까지 싹트고 있습니다.
결혼하기 전까지
취업 후의 헛똑똑이는 불만투성이였고, 자기 객관화가 되지 않은 ‘벌거벗은 임금님’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남의 말은 듣지 않았고, 흑백논리에 갇혀 있었으며 신년의 다짐은 늘 웅장했지만 작심삼일로 끝나기 일쑤였습니다. 매년 세웠던 신년 계획은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만큼 거대해 하루 리듬을 깨트리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스스로 칭찬할 점이 있다면, 호기심만큼은 왕성했기에 행동했고, 그만큼 실패 경험은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결혼 이후
결혼 후 1년간의 헛똑똑이는 한 방을 노리는 투기꾼이었습니다. 업무든 투자든, ‘풀하우스가 나올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리스크 분석과 기획 없이 앞으로만 나아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주변에 피해를 주었고, 자기기만은 극에 달했습니다. 그러다 과거의 제 모습을 닮은 사람들과 일하게 되거나 그런 상사를 마주하며 원치 않는 거울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무책임하게 핑계를 대며 모든 책임을 헛똑똑이에게 떠넘겼지만, 그 요구들은 결국 저를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만들어온 누수와, 요구와 요청 속에 깊어진 자기기만을 떠올리면, 지금도 손가락이 오그라듭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이제는 다짐을 웅장하게 하지 않으려 합니다. 계획을 크게 세우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확신 없는 용기부터 경계하려 합니다.
첫째, 판단을 미루는 연습을 하려 합니다.
바로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일 앞에서 “조금 더 보자”라고 말하는 용기. 생각보다 많은 실수는 성급함에서 나왔고, 그 성급함은 대부분 자신감이 아니라 조급함이었습니다.
둘째, 기록을 남기려 합니다.
잘한 일보다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적겠습니다. 결과가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운의 영역일 수 있지만, 사고의 과정은 분명 제 몫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쓰기 역시 그 연습 중 하나입니다.
셋째, 사람을 통해 배운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과거의 헛똑똑이는 조언을 ‘간섭’으로 오해했습니다. 이제는 불편한 말속에 남아 있는 데이터부터 보려고 합니다. 기분은 지나가지만, 사실은 남습니다.
넷째, 완벽해지려 하지 않겠습니다.
41세의 생일에 깨달은 것은 늦었다는 생각이 가장 큰 핑계였다는 점입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줄이라도 적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아직도 헛똑똑이는 자주 도망가고, 가끔은 여전히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굴겠지만, 적어도 이제는 거울을 피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마지막, 감정에 지배되지 않을 겁니다.
감정에 지배당하면, 되는 일도 잘 안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습니다. 매일 매번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는다는 건 헛똑똑이 성격상 불가능하겠지만, 하루에 한 번 지배당하지 않는 사람으로 축적하도록 하겠습니다.
41세 헛똑똑이가 세운, 가장 현실적인 생일 계획입니다.
“오늘 하루, 한 줄씩 쌓아가는 나로 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