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는 언제 위험 해지기 시작할까

자만은 언제나 ‘잘하고 있다’는 확신에서 시작된다

by 헛똑똑이

헛똑똑이는 한 분야에서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회사의 직원을 만나 밥을 먹었습니다.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묘하게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습니다. “아, 이 회사는 잘 될 수밖에 없겠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래서 더 위험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회사가 업계 1위를 지켜온 이유는 화려한 전략이 아니었습니다. 아주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것, 사람을 대하는 기준이었습니다. 그 회사는 서비스 품질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직원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서비스를 수행하는 직군은 입사 후 한 달간 유급 교육을 받으며, 그 기간 동안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채용이 취소될 정도로 기준이 명확했습니다.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통과하지 못하면 남을 수 없는 조건이었습니다. 교육 기간 동안 직원들은 서비스의 자세, 고객의 눈높이, 그리고 현장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을 반복해서 학습합니다. 최종 단계에서는 강사 앞에서 모의 수행까지 통과해야만 실전에 투입됩니다. 그렇게 쌓인 서비스 품질과 고객 만족도, 그리고 입소문. 여기에 외부 환경까지 더해지며 브랜드는 단단 해졌고, 그 결과 지금의 업계 1위가 만들어졌다고 했습니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만 해도, 헛똑똑이는 이 회사가 오래도록 잘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직원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요즘 가끔 90년대 소니가 떠오릅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1990년대 SONY는 ‘전자 왕국’이었습니다. 기술도, 브랜드도, 상징성도 모두 갖춘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몰락의 이유는 기술 부족이 아니었습니다.

첫째, 변화에 대한 대응 실패입니다. 브라운관 TV의 성공에 안주한 채 LCD로의 전환이 늦었고, 아이팟과 스마트폰의 등장 앞에서 워크맨과 모바일 시장의 주도권을 내주었습니다.

둘째, 조직 내부의 사일로 문화입니다. 부서 간 장벽이 높아 협업이 단절되었고, 하드웨어와 콘텐츠를 결합한 사용자 경험을 만드는 데 실패했습니다.

셋째, 제품 중심 사고의 한계입니다. 고객 경험보다 기술적 완성도에 집착했고,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의 중요성을 충분히 읽어내지 못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헛똑똑이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습니다. ‘기본을 지키는 회사’라는 인상과‘ 그래서 더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첫 느낌이 겹쳐졌습니다.


‘무엇을 인정했기에 SONY는 다시 날 수 있었을까’

지금의 SONY는 더 이상 단순한 전자회사가 아닙니다. 스스로를 내려놓고 콘텐츠 기업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SONY가 한 가장 어려운 선택은 무언가를 새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인정하는 일이었습니다. 하드웨어는 더 이상 독점적이지 않다는 것, 기기 하나보다 플랫폼과 컨텐츠 서비스가 더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한 번 팔고 끝나는 구조는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래서 SONY는 경쟁력을 잃은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콘텐츠와 구독 모델을 중심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다시 설계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SONY를 워크맨이 아닌, 플레이스테이션과 콘텐츠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자만은 조용히 시작된다’

직원과의 대화가 끝날 무렵, 헛똑똑이는 이 이야기가 과거의 SONY만을 향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서비스는 절대 따라올 수 없어”, “우리 고객은 쉽게 떠나지 않아.” 이런 말이 조직 안에서 자연스럽게 오가기 시작하는 순간, 기업은 서서히 고객이 아닌 자기 확신을 기준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 사일로는 깊어지고, 기본은 관성으로 대체됩니다.


업계 1위가 위험해지는 순간은 경쟁자가 강해질 때가 아니라,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게 되는 바로 그때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헛똑똑이는 아직도 그 직원의 말을 곱씹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아니 헛똑똑이는 지금, 무엇을 너무 당연하게 믿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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