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흘러가도 된다

외할아버지의 부고를 받는 꿈과, 일부러 꺼내지 못했던 김치 이야기

by 헛똑똑이

오늘 꿈에서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의 부고를 받았습니다. 꿈속에서는 펑펑 울었습니다. 이미 돌아가신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그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우는 꿈이었습니다. 잠에서 깨고 나서도 괜스레 허탈한 마음은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 꿈풀이를 찾아보니 고인에 대한 좋은 기억이 무의식 속에서 상기되어 나타나는 꿈이라고 하였습니다. 설명은 담담했지만, 마음은 한동안 그 자리에 머물렀습니다.


헛똑똑이는 대학시절을 외할머니 댁에서 등하교를 했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외할머니가 손수 차려주신 밥과 반찬은 아직 잊지 못합니다. 특히 겨울만 되면 와이프에게 외할머니 김장김치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고.


올해 9월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올해 겨울에는 일부러 김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식사시간의 분위기를 좋지 않게 만들까 봐 스스로 참았던 것 같습니다.


샐리티스데일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고인에게 못다 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면, 편지로 적어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하면 그립거나 슬픈 마음이 한풀 꺾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헛똑똑이는 못다 한 말을 적었고, 일부러 꺼내지 못했던 김치이야기와 식사시간에서도 오늘의 꿈 이야기와 함께 풀어놓았습니다.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더니 마음이 조금 괜찮아졌습니다.


꿈에 외할아버지가 나온 이유도 어쩌면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흘러가라는 신호 말입니다.


헛똑똑이가 장례식장을 방문할 때나 상을 당한 사람을 마주했을 때 순간적으로 예민해졌던 자신의 감정을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어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애도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러므로, 자책하는 이에게 자책을 멈추라고 말하기보다, 고인에게 못다 한 편지를 쓰도록 권하거나 그저 많이 들어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특히, 애도기간을 가지는 사람에게, ‘그렇게 얽매여 살면 쓰겠니?"와 같은 말은, 감정을 다독이기보다 오히려 입을 다물게 만들고 그래서 그 말은 위로가 아니라, 침묵을 강요하는 말일 수 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책을 덮은 이유는 소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