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시리즈 (1)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하다.
한 곳에서 10년을 있다 보니 이직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10년 기간 동안 있은 후 더 있으려면 더 있을 수 있지만 몇 년 뒤면 회사 자체가 지방으로 이전을 해야 하는 터라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그때 돼서 옮긴다고 한들 바로 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10년 정도 했더니 이제는 좀 다른 곳에 일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반복된 일만 하는 것도, 긴 출퇴근 시간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는 것도 한 몫했다. 제자리 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도 있어 변화가 필요했다. 뭐 이유를 대자면 100가지도 더 있겠다.
더 이상의 재론의 여지가 없었다. 평소에도 어떤 물건을 살까 말까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고민을 하는 편인데 의외로 이직 등 큰 결심은 갈팡질팡하지 않는 편이었다. 결심이 서면 그대로 GO인 것이다. 마음을 정하고 의향을 말씀드렸다. 사실 이직할 곳을 정하고 사직을 하는 것이 순리지만 그냥 쉬고 싶었다.
그만둔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기간이 남았는데 하필 이때 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어떤 이슈 중심에 서면서 갑자기 일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일이 시작되기 전에 사직 의사를 밝혀서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아니었다면 이 일 때문에 그만두는 것으로 착각했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니 말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참 타이밍이란 언제나 기가 막히다. 한 가지 애로사항은 이직을 위해서는 새로운 곳을 알아봐야 하고 서류도 제출하고 면접도 보러 가야 하는데 도무지 시간이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니깐 이직할 곳을 알아보기 위해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그만둔다고 한 직장에서 하는 일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곳을 알아보는 것보다는 지금 하는 일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일단 최선이라 생각했다. 어차피 떠날 회사이지만 10여 년 몸 담고 있으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가는 것이 도리라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 한 곳은 서류를 넣고 면접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을 아예 놓을 수는 없었기에. 그 와중에 어디선가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그 전화는 집요하리만큼 계속 이어졌다. 이직을 하겠다고 의사는 밝혔지. 근데 갑자기 일은 늘어났지. 그래서 새로운 직장은 알아볼 수도 없지. 이 상황에서 온 의문은 연락은 또 어떤 의미일까. 첩첩산중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일이 더 추가된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