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초입에서 같은 배를 타고 나가는 사람들
어떤 일을 반복하다 보면 눈에 익게 되거나 저절로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매일 아침 6시 20분대 1번 칸 쪽에 지하철에 타는데 거기서 알게 된 것도 그중 하나다.
매일 그 시각 지하철을 타다 보니 눈에 익는 사람들이 있다. 내릴 때는 정신없다 보니 어디서 내리는지 모르는데 탈 때는 반드시 그곳에 있다. 그 시간 그 칸. 1번 칸에 서 있는데 어디에 서 있어야 빨리 탈 수 있는지 눈치게임을 하는. 서 있는 줄에 따라 누구는 앉을 수 있고, 누구는 서야 하는 가혹한 게임 세계의 강력한 라이벌들 같지만 또 어찌 보면 각자의 목적지와 사회에서의 역할은 다르지만 아침의 출발을 같은 곳에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동지일 수도 있는. 그런 모호한 관계들.
처음에는 의식하지 못했어도 1년 남짓 반복에서 보게 되니 어쩔 때 보이지 않으면 휴가인가 보다 생각하기도 한다. 부디 이른 시간을 피해 좀 더 잠들었기를 생각하며 부러운 마음도 드는. 참 그 시간 그 멤버들도 내가 없으면 그렇게 생각할까.
개인적으로 그들은 아무 관심이 없을 수 있는데 파워 N이자 평소 별 생각을 다하는 나로서는 그들이 마치 전장 초입에 같은 배를 타는 전우로 느끼고 오늘 하루도 무사하기를 순조롭게 지나가기를 빌게 된다. 무거운 마음으로 더 무거운 육신을 지하철에 실을 때 마음속으로라도 그렇게 생각하면 좀 더 힘이 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전우들이여 오늘 하루도 힘들 내시오.'
그런가 하면 아침에 지하철을 몇 번을 갈아타야 하는데 마지막 지하철에서 꼭 마주치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은 내가 타고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는데 그런 이유에서 그 앞에 서 있으면 자리에 앉을 수 있다. 처음에는 아닌 척 옆에 서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냥 그 앞에 서서 그 사람이 내릴 차비를 하면 자리에 앉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출근길에 자리에 앉고 못 앉고 역시 하루의 컨디션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른 시간 출근하는 그 공간에서만 벌어지는 기묘한 약속같은 행위들이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말은 하지도 않고 해 본 적도 없지만 그 시간,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느껴지는 동질감이 아닐까.
나만의 착각이라도 해도 상관없다. 삶은 계속 반복되고 똑같은 패턴을 만들어 내는데 거기서 무엇을 발견하는 것조차 귀찮을 때도 있으니까. 나 역시 인생이 고단함이야 이루 말할 수야 없지만 때로는 견뎌야 한다면 좀 더 다른 생각들을 하며 견뎌내려 하는 것이기에 이런 생각도 저런 생각도 다 도움이 된다.
마침 주말이다. 푹 쉬고 다시 돌아올 출근길에도 다들 건강한 모습이기를 바라본다. 그 시간에 그들을 마주친다면 일상이라는 뜻이니까. 순조롭게 흘러간다는 말이니까. 누구는 그게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라 할 수 있지만 때로는 평범한 일상에서 오는 소소함이 삶이 주는 안도감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