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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Feb 17. 2022

신속항원검사 체험기

험난한 자가진단키트 구하기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사무실 단체 카톡 방에서 알림이 떴다. 사무실에 있는 직원이 확진되었으니 이번 주에 출근한 사람들은 모두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라고. 이번 주 대부분 재택근무를 하긴 했지만 하루는 출근을 했었기에 집 가까운 보건소로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러 갔다.


오후 4시가 넘어 연락이 받은 터라 마음이 급했는데 다행히도 검사 줄이 있어 들어갈 수 있었다. 입구에서는 보호복을 입은 분이 장갑을 끼라고 안내를 해주셨다. 그러면서 말을 덧붙였다.


"신분증 가지고 오셨죠?"

"네?"


이전에 PCR 검사를 할 때는 특별히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았고 갑작스럽게 연락을 받고 보건소로 향하느라 지갑을 가져오지 않았다. 운전면허증을 찍은 사진이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긴 했지만 원본이 아닌 주요 사항을 가려놓아서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어찌해야 할까 난감해하고 있는데 보건소 측에서는 어느덧 마감시간이 되었다며 문을 닫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 격이었다.


"어어.. 받아야 하는데..."


신분증이 있었다면 어떻게든 끼여서 해보려고 했으나 신분증이 없어서 어차피 안될 터였다. 대신 내일 아침에 몇 시에 문을 여는지 확인하고 아침에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 사무실 단톡방에서는 음성 결과를 알리는 알림음이 쉴 새 없이 울려댔다. 할 수 없이 보건소 검사가 마감이 되어 내일 아침 일찍 검사받고 출근하겠다고 단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그런데 어쩐지 나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검사를 받았고 음성 통보를 받은 것 같았다. 그러자 마음이 급해졌다. 자가 키트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보건소에 가서도 줄을 서서 진단키트를 받은 뒤 스스로 검사를 하고 결과를 보여주는 식이니 내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자가 키트를 구해 검사를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러나 문제는 자가 키트를 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따라 날씨는 왜 이렇게 추운지 핸드폰이 추운 날씨를 이기지 못하고 꺼져버렸다. 일단 집 근처로 가서 약국에 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불안했다. 진단키트가 이미 품절 대란이라는 기사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첫 번째 약국에서는 입구에 아예 '진단키트 품절, 내일 오후 입고'라는 문구가 붙여져 있었다. 사람들이 하도 물어봐서 입구에 써 놓은 듯했다. 두 번째 약국에서도 소득이 없었다. 그때 실내로 들어오자 핸드폰이 켜졌는데 마침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털어놓으며 혹시 진단키트를 가지고 있냐고 물었는데 다행히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일단 나에게 주면 다시 구해서 준다고 말했더니 고맙게도 집 쪽으로 가져다주러 오겠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이제 진단 키트로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마저 들었다.


지인을 기다리는 동안 그래도 혹시 몰라 약국을 돌아다녔다. 이번에 받더라도 다시 구해줘야 하기에 이왕 돌아다닌 거 구할 수 있으면 지금 구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다행히 진단키트가 있었다. 닳아 없어질까 얼른 달라고 했다. 지인에게 다시 전화를 거니 오고 있는 중인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다. 진단키트를 구했다고 말하니 알겠다고 하면서 돌아갔다. 그래도 그 마음이 고마워 검사 후 밥을 사주기로 했다.  


집으로 얼른 와서 설명서에 쓰인 대로 검사를 시작했다. 처음으로 해보는 검사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혹시 양성이 나오면 어쩌나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c' 부분에 한 줄만 표시되면서 음성으로 나왔다. 그때부터 긴장이 풀렸다. 약 2시간 사이에 벌어진 일 때문에 피로함이 느껴졌다.


확진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급기야 9만 명이 넘어서 검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운 상황을 마주하게 되니 우왕좌왕하게 되며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진단키트를 구했고 음성으로 나와 안심이 되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앞으로 계속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조금이라도 진단키트를 구해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어디서 검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은 강렬하고도 험난한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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