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의 캐릭터를 새로운 쓴 작가
모든 것은 우연히 일어난다. 나의 경우에는 그렇다. 어쩌면 계획해서 하는 일보다 우연히, 그 순간 그 장소에 있어 만나는 것들이 새롭게 축복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이 책도 그랬다. 이 작가가 그랬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이 그랬고, '죽어 마땅한 자'가 그랬다. 마이클 코리타가 그랬다.
서점이든, 도서관이든, 전자책으로 읽을거리를 찾아 헤매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이미 시리즈들은 다 읽었고 다른 읽을 것이 없을까 기웃거릴 때.
그러나 아무리 읽을거리가 없어도 너무 이상한 제목이면 손이 가지 않기 마련이다. 그렇게 몇 번이나 지나쳤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이 뭐야, '죽어 마땅한 자'가 뭐야. 너무 무겁고 너무 축 쳐질 것 같은 제목에 지나쳤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다 너무 읽을 것이 없어 그래 한 번 펼쳐보자는 마음으로 집어 들었다. 언제든지 덮을 요량으로. 그러던 것이 한 장이 넘어가고 두 장이 넘어가면서 느낌이 들었다. '이거다' 그렇게 2인조 악당과 만나게 되었다. 2인조의 후예를 알게 되었다.
책을 포함해 어떤 콘텐츠에서도 캐릭터는 매우 중요하다. 작품 자체가 캐릭터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작가는 그런 점에서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조해 냈다. 그런데 그 캐릭터가 악당이라면. 빌런이라면.
그렇게 혼란스러움 속에서 읽어 내려갔다.
매우 잔인하고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악당 2인조이지만 어쩐지 둘이 만담처럼 나누는 대화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었다. 아니지. 주인공 편에 서야지. 저 무지막지한 이들에게서 어서 주인공들이 이기길 바라야지. 그러나 자꾸 희한하게도 만담 2인조에게 눈길이 가고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거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삼아 아름다운 일들만 일어날 것 같지만 오히려 자연이 주는 무자비함으로 인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고, 그 뒤를 절대 악을 장착한 채 쫓는 만담 콤비가 있다. 주인공은 이 속에서 어떻게든 헤쳐나가야 한다. 그야말로 사면초가 상태다.
설정 자체만으로도 무척 스릴이 넘치고 긴박할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이 책이 어느 책 보다 재밌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능청스럽고도 요상하게 대화하는 악당 콤비 덕분이다. 덕분에 무서우면서도 흥미로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주인공 입장에서는 뭔 소리야 하겠지만.
이후 '내가 죽기를 바라던 자들'에서는 악당의 아들이 등장하는데 그 캐릭터 역시 매력적이다. 만담 2인조를 닮은 빌런으로 윗세대들이 추구하는 절대적인 악의 면모를 여실히 갖추었지만 또 슬쩍 주인공을 돕기도 하는 점에서 캐릭터에 변화를 주었다. 아군도 적군도 아닌. 그래서 더 무섭지만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찾아보니 해외에서는 이미 인기 캐릭터였다. 사람 보는 눈이 다 거기서 거기라니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들 이후로 국내에 번역된 책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작가의 초기작들이 번역되어 출간되긴 했지만 초기작보다는 이 이후의 책들이 궁금하기에 아쉬울 따름이다. 그 캐릭터가 계속 나오는지 이어지는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얼른 영어 공부를 해서 원문으로 읽던지 번역본이 출간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후자가 좀 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출판사 제발 일 좀..
사건과 환경 이외에 캐릭터라는, 그것도 빌런이라는 캐릭터만으로도 재미를 줄 수 있음을 이 책들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이로써 나의 세계는 한 층 더 풍부해졌다. 추리소설, 스릴러 장르에서 귀한 캐릭터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죽어 마땅한 자'를 추천한다.
제목 때문에 좀 더 늦게 만나게 된 것이 아쉬울 뿐이다.
* 내가 읽은 책
-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 죽어 마땅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