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커'라는 하나의 세계를 구축한 작가
도대체 어떤 남자이길래, 이리도 많은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 걸까.
모든 것을 기억했다가 괴물이라고도 불렸다가 죽음을 선택했다가 진실에도 갇혔다가, 사선까지 걷는. 그나마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만 좀 다른 제목이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가리키고 있는 그 남자는 누구일까.
한동안 데커시리즈에 빠져 계속 읽어 나갔다. 한 권당 분량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읽고 또 읽었다. 아니 읽을 수 있었다. 읽을수록 우리의 주인공 데커가 삶의 고난에서 벗어나길 바랐고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였을 것이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그러니까 데커시리즈는 강렬하고도 충격적인 상황 설정으로 시리즈를 화려하게 시작한다. 물리적인 큰 충격으로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지 못하는 주인공은 아이가 태어나면서 감정이라는 것을 조금씩 찾아가는데 어느 날 자신을 제외한 가족이 느닷없이 몰살당한다. 범인은 잡혔지만 데커는 진짜 범인이 아님을 직감하고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선다.
이 과정에서 감정은 느낄 수 없지만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이 끊임없이, 또 오롯이 따라다니는 상태에서 이 시리즈는 시작되는 것이다. 데커는 누가 자신의 가족을 죽음으로 내몰았는지를 밝혀내야 하고 자신의 비정상인 뇌가 문제가 없는지도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사건들이 발생하고 FBI와 공조하면서 사건도 해결해야 한다.
이 시리즈는 꽤 오랫동안 읽어 나가기도 했고 적지 않은 시리즈를 읽은 터라 데커에게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사실 추리물을 좋아하는 이유가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해 가는 과정을 즐겨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인간적인 인물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주인공들은 결핍을 가진 채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과 싸워가면서 밖으로는 절대 악과 맞서 싸워야 하는 이중고에 놓여 있다. 그래서 그 과정이 처절하면서도 안타깝다.
특히, 그런 면에서 데커의 상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따라서 이 책은 다른 작가들의 책들과 달리 좀 각오를 하고 시작해야 한다. 그만큼 읽는 내내 에너지 소모가 크고 사건이 가지는 무게와 함께 데커의 삶도 훅 들어오기 때문이다. 섣불리 시도했다가 그 중압감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그만큼 무겁지만 또 그만큼 손에서 놓을 수 없다.
그래도 웃을 수 있는 포인트들도 있는데 모든 것을 기억하는 대신 감정을 잃은 이 남자는 완벽하게 T성향으로 생각하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주변 사람들이 어이없어하는데 데커만 어리둥절할 뿐이다. 그랬던 것이 공조자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면서 조금씩 사회화가 되는데 그 지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사회화된 데커라니.
많은 에너지가 들고 읽는 내내 감정소모가 심하지만 확실히 한 번 시작하면 손에서 놓칠 수 없는 시리즈이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부터 '사선을 걷는 남자'까지 전 시리즈를 추천한다. 단, 6시 20분의 남자는 데커가 나오지 않는 작가의 다른 책이다. 다른 시리즈로 넘어가기에는 나는 아직 데커를 떠나보내지 못했다.
* 내가 읽은 책
-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 괴물이라 불린 남자
- 죽음을 선택한 남자
-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 진실에 갇힌 남자
- 사선을 걷는 남자
- 6시 20분의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