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이야기꾼이 추리를 만날 때, 할런 코벤

천일야화, 끊임없는 이야기의 세계를 보여주는 작가

by 임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만약 좀 여유가 있을 때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회사의 이직을 앞두고 최종적으로 입사일을 조율한 뒤 쉬게 된 그 틈에 이 작가를 알게 되었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는 나의 특성상 새 직장에 입사하고 만났다면 어찌 되었을까. 다행히도 인생에 있어서 가장 편하게 쉴 수 있는 몇 안 되는 그 순간에 만났던 것이다. 그래서 이 작가의 책을 단 시간에 많이 읽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넷플릭스의 공무원이라고도 불린다는 할런 코벤은 넷플릭스에서 계속적으로 영상화할 만큼 많은 책들을 발간했다. 신기한 것은 특정 인물이 나온 시리즈가 아님에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선보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매번 다른 상황과 인물에도 불구하고(계속 읽다 보면 몇몇 겹치는 인물이 있기도 하는데 주인공이 아니라 깜짝 등장하는 손님처럼 등장해 소소한 재미를 주는 정도) 끊임없이 이야기가 있는데 또 그게 매번 재미있다.


여유 있는 시간, 풍부한 읽을거리, 커피까지. 그 시기가 가장 나에게는 행복한 순간 중 하나로 손꼽을 수 있다.


'용서할 수 없는'이라는 책을 시작으로 20여 일 동안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할런 코벤의 책들을 모조리 읽었다. 새 직장에 들어가면 당분간은 적응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해질 것 같아서였다. 참, 보통 그때는 재충전하거나 여행을 간다는데 '나도 참 나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계속해서 읽어 나가는 것인 것을. 어찌 보면 나의 가장 귀중한 순간을 함께 한 작가여서 나에겐 좀 더 특별한 의미가 있고, 이제는 '할런 코벤' 이름만으로 무조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렇게 다양한 이야기, 생각지 못한 전개, 충격적인 결말까지. 어느 하나 그야말로 거스를 타선이 없는 책들이었다. 읽어가는 재미를, 내가 추리소설, 스릴러 소설을 너무 좋아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고, 나중에 이런 콘텐츠를 소재로 삼아 글을 서봐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해 준 작가이기도 했다.


다행히 계획을 세워 읽은 탓에 목표하는 책들까지 읽고 입사할 수 있었고(그만큼 치열하게 읽었다. 일을 그렇게 했다면?) 새 직장에 입사하고서는 예상대로 바뀐 환경에 적응하느라 당분간 읽지 못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바쁜 일이 막 끝났을 때 우연히 동네 도서관에 갔다가 새로 나온 책을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여전히 나에게는 믿고 볼 수 있는 작가인 것이다.


할런 코벤의 세계는 과거의 사소하지만 했던 행동들과 말들이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작품들이 꽤 있다. 그런 내용들을 볼 때면 현실에서 나도 지금 이 말, 이 행동들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계속 곱씹어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단순한 사건을 풀어나가는 재미만 있을 것 같지만 인과 관계, 선택의 의미 나아가 삶의 방향까지, 인간의 삶 전반에 미치는 다양한 것들을 관찰할 수 있으므로 당연히 얻게 되는 것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또 주인공들이 속한 상황에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매번 생각하며 읽으면 현실에서 선택을 할 때 수많은 선택을 책으로 연습해 왔으므로 후회하는 선택을 잘하지 않는다던가, 언제나 극단의 상황이나 극도의 어려움에 쳐해 있는 주인공들이 끝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보면서 현실의 소소한 괴로움이나 선택의 순간을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아야지 하는 마음도 함께 들었다. 책에서는 생과 사를 넘나드는데 회사에서 짜증 나는 일이 발생한 게 대수겠는가.


이 모든 게 다 추리소설의 가르침이다. 할런 코벤뿐만 아니라 내가 적어가는 작가들의 책에서 그리고 여기 다 적지 못한 작가들의 책에서 다 배우고 알게 된 것들이다.


세헤라자드가 왕에게 1001일 동안 끊임없이 다양한 이야기를 해서 왕으로부터 목숨을 구했던 '천일야화'처럼 할런 코벤은 무궁무진한 소재에 추리를 가미해 할렌 코벤이라는 장르를 기어코 만들어냈다.


이야기의 화수분 할렌 코벤을 만나고 싶다면, '용서할 수 없는', '비밀의 비밀', '단 한 번의 시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를 추천하는데 너무 많아서 추천하기도 쉽지 않다. 할런 코벤 책은 거의 한 권으로 다 결말이 나기 때문에 순서와 상관없이 읽어도 된다. 마음에 드는 제목부터 시작하시라. 진정한 이야기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 내가 읽은 책

- 용서할 수 없는

- 보이 프럼 더 우즈

- 비밀의 비밀

- 단 한 번의 시선

- 홀드타이트

- 사라진 밤

-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 결백

- 영원히 사라지다

- 스트레인저

- 숲

- 미싱 유

- 네가 사라진 날

- 마지막 기회(1, 2권)

- 아윌 파인드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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