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기억을 끊임없이 선사해 12월이면 생각이 나는 작가
11월이면 생각나는 작가가 있다. 아니 정확히 11월 마지막 주 일주일 동안 일어난 사건을 두고 이야기를 쓴 작가이기에 11월이 아니라 12월이면 생각이 나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작가 '루 버니'이다.
'노멤버 로드'라는 책을 통해 처음 이 작가를 알게 됐다. 1963년 11월 마지막주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이 터지면서 조직에서 일하는 주인공 기드리는 자신도 모른 채 그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또 연루된 자들이 한 명씩 제거됨을 깨닫고 무작정 길 위로 오른다. 그리고 길 위에서 두 아이를 데리고 어디로 가는 한 여인을 만나게 되는데 자신을 뒤쫓는 무시무시한 악당을 피하기 위해 가족인 척 협조를 하기로 한다. 젊은 남성 혼자서 다니는 것보다 4인 가족으로 위장하면 눈에 쉽게 띄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한편 쫓는 사람도 혼자 다니는 젊은 남자 위주로 찾지 가족으로 위장해 도망간다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꾀를 낸 것이다. 그렇게 서로 필요에 의해 시작했지만 점점 다른 감정이 들게 되는데. 과연 이들은 11월 마지막 주를 무사히 잘 보낼 수 있을까.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잘 도달할 수 있을까.
이 작가가 가지는 힘이라고 하면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서정적이고 아련해지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긴박함과 서정적은 어쩐지 양립할 수 없는 것 같지만 이 책을 보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게 된다. 사회적 사건이 개인의 일과 엮어 벌어지는 일은 만만치 않게 전개가 되지만 어쩐지 한 해가 가기 직전의 그 아늑함과 함께 쓸쓸하면서도 또 찬란한 느낌을 동시에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대망의 내 최애 책 중 하나이기도 한 '오래전 멀리 사라전 버린'이란 책이 있다. 좋아하는 책 중에 손에 꼽으라면 언제나 빠르게 떠오를 정도로 여운이 남고 쉽게 잊히지 않는 책이다.
보통 추리소설, 스릴러라 하면 긴박함과 그 치열함으로 읽을 때는 재밌게 읽지만 그만큼 빨리 휘발되는 경우도 꽤 있는데 이 책은 결말이 주는 아련함 때문에 아직도 쉬이 잊지 못하고 있는 책 중 하나다.
두 개의 별개의 사건이 각각 일어나는데 한 사건은 영화관 강도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가 평생 자신만 왜 살아남았을까 의문을 가지며 살아가는 것이 이야기의 한 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탐정이 되었는데 아예 고향을 떠나 과거를 묻어두고 살려고 한다. 그러나 의뢰받은 사건이 마침 고향이어서 평생 궁금하지만 한 번도 용기를 내지 않았던 그 진실을 찾기 시작한다. 다른 사건은 놀이공원에서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에 손을 놓아버린 언니를 찾기 위해 평생을 뛰어다니는 한 여인의 이야기다. 그날 언니는 왜 자신만 두고 떠난 것일까. 그 의문으로 인해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보통 별 개의 사건에서 각각의 주인공들이 진실을 찾아다니다 어느 순간 만나게 되고 그것이 하나의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그게 추리소설의 묘미이기도 하고) 그러나 이 책은 두 주인공이 딱 한 번 우연히 만나는데 그 만남 이후 스쳐 지나가면서 각자 자신만의 진실을 찾아가는 것이 신선했다. 보기 좋게 내 예상이 빗나가는 동시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서로의 세계관들에게서는 카메오인데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재밌게 하는 연출 같은 느낌이었다.
과연 이 두 주인공은 각기 진실에 도달했을까. 언니는 어디로 간 것이었을까.
모든 장이 끝나고, 마지막 장에는 뒷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 장이 바로 이 책의 백미라 말할 수 있다. 먹먹함을 배로 만들어 독자들로 하여금 책 제목 '오래전 멀리 사라져 버린'이 아닌 '오랫동안 사라지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책은 계절이 주는 서정적인 감정을 담아 '노벰버 로드'부터 읽기를 추천한다. 그러고 나서 한 겨울이 접어들어 '오래전 멀리 사라져 버린'을 읽는다면 겨울 내내 빠져나오지 못할 것임을 감히 장담한다.
*내가 읽은 책
- 노벰버 로드
- 오래전 멀리 사라져 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