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먼저 산다는 건

회사에서 다음 날 점심 샐러드 예약하기

by 임진

팀을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점심을 샐러드로 선택하게 되었다. 같은 팀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멀어지는 바람에 점심때 같이 가기 귀찮다는 이유 반, 샐러드를 신청해서 먹으면 여유롭게 점심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예전에는 샐러드는 그저 다이어트하는 사람들만 먹는 전유물인 줄 알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건강식임에도 맛있게 나와서 먹을만했다. 종류도 여러 개여서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고 할까. 그렇게 꾸준히 몇 개월을 먹은 덕분인지 꽉 끼던 옷도 잘 맞게 되었고 피부가 좋다는 소리를 종종 듣게 되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 샐러드 덕분인 것 같다.


샐러드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그날 아침, 정해진 시간에 그날과 다음 날 것을 선택할 수 있는데 처음에는 그 날 것을 신청하려다 보니 이미 다 예약되어 있어 의아해했다. 몇 번의 실험을 거친 결과, 대게 그날 아침에 열리는 것은 다음 날 점심 샐러드를 예약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당연하게도 그 날 것은 그 전날에 이미 예약이 마감된 것. 수요가 많은 것에 비해 수량은 한정되다 보니 이런 시스템이 정착된 것 같다.


이런 연유로 매일 아침 다음 날 점심 샐러드를 예약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왠지 하루를 더 먼저 사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은 아침에 그날에 대한 생각을 하지, 다가올 미래 즉 내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다음 날 점심을 예약하려면 점심 약속은 없는지, 출장은 없는지 미리 일정을 파악해야지만 예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더 드는 것이다. 미리 담날 일어날 일과를 생각하기도 하고.


미약하고 사소한 것 같지만 이것이 주는 장점이 있다. 하루를 더 먼저 접한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다음날이 되면 더 자연스럽게 적응이 가능하다. 미리 예측한 대로 흘러가면 좋고 그렇지 않다 해도 미리 생각해 본 덕분에 좀 더 돌발적인 상황에 적응이 가능하다.


따라서 나는 약간의 다이어트, 피부 개선, 소식 등 샐러드 점심의 장점이 여러 개지만 미리 예약하는 시스템으로 천천히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을 가장 장점으로 꼽는 것이다.


이렇게 익숙해지다 보니 어쩔 때는 너무 반복된 일상을 살고 있는 느낌이 있을 수 있는데 또 어쩌다 점심 약속이 잡히고 출장 등 외부 일정들도 간혹 있어서 그럴 때는 예약할 필요가 없어 또 너무 정형화된 일상은 아닌 것이다.


누군가는 번거로울 수 있다고 하지만 나는 이 시스템을 통해 내일을 먼저 본다. 그중에서도 목요일이 제일 좋은데 목요일이면 이미 금요일 점심을 예약해 금요일을 먼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오늘이 목요일이다. 금요일이 벌써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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