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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Mar 05. 2022

제20대 대통령은 누구?

금요일 아침 7시에 투표하러 간 까닭은?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한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대통령 선거 날이 다가왔다. 실제 선거일은 3월 9일 수요일이지만 4일, 5일 양일간에 사전 투표를 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당연하나 이번에는 보다 안전하게 투표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계절은 봄으로 접어들었지만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심하고 특히, 강풍이 불어닥쳐 자칫 기다리다 감기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에 하게 되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오미크론 확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았다. 전략을 세워야 했다. 


그런 이유들로 이번에는 생애 처음으로 사전투표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5일 토요일 아침으로 정했다. 오전 6시가 투표 시작 시간이니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하면 될 것 같았다. 4일은 출근하는 날이라 아무래도 투표를 하고 출근하기에는 매우 빠듯할 것 같았다. 그런데 일정 조정을 통해 금요일에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재택하는 날에도 업무를 해야 하지만 9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보통 출근하는 시간에 일어나 투표를 하고 온다며 시간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금요일 아침으로 정했다.  


물론, 재택근무 날에는 아침에 좀 더 잘 수 있어 보통 출근할 때의 기상 시간에 일어나야 하는 게 억울한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이때만큼 가장 적기는 없었다. '혹시 일어나지 못하면 어떡하지' 생각도 했으나 생각보다 일어나기는 어렵지 않았다. 반드시 재택근무 시간 전에 완료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깐 눈이 저절로 떠졌다. 


그렇게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옷을 챙겨 입고 가까운 동사무소로 향했다. 집으로 날아온 선거 관련 안내서에 동봉된 특정 번호가 적힌 종이도 혹시 필요할까 싶어서 챙겨갔다. 사전 투표 첫날이자 오전 8시도 되지 않는 시각이었다. 어쩌면 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뿌듯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웬걸 줄을 서야 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신분증을 확인하고 투표용지를 나눠주는 사람들 앞에 빈 곳이 거의 없었다. 겨우 한 자리가 남아 있어 신분증을 제시하고 사인을 하고 투표용지를 받을 수 있었다. 예전에는 가지고 간 번호를 바탕으로 명부에 적힌 이름을 확인하고 그 옆에 볼펜으로 사인을 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신분증을 어떤 기계에 넣으니 전자 서명란이 떴고 그것에 자신의 이름을 쓰면 본인 확인 절차는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종이를 받고 투표소로 들어가려는데 이번에도 놓인 투표소만큼이나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맨 끝 자리만 겨우 비어 있어 그곳으로 들어가서 한 표를 행사했다. 


나 혼자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전 투표 첫날, 이른 시간에 와서 투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는 나처럼 재택근무 전에 하는 것일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출근 전에 하는 사람일 수도 있었다. 어떤 이는 가게를 열기 전에 투표를 하고 가게로 향하는 사람일 수도. 생각보다 적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곳을 빠져나오는데 이제 막 투표를 하러 들어가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랑 비슷한 생각을 했구나 싶었다. 조금이라도 지체했으면 재택근무 시간 전까지 아슬아슬했을 수도 있었겠다. 


사전 투표 둘째 날까지 지켜본 결과, 사전 투표율은 역대 최대치인 30%가 넘었다고 한다. 오미크론 확산 속에서도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잊지 않고 행사하려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우리 동네에서도 적어도 1시간 이상을 기다렸다 투표를 겨우 했다는 후기들이 이어졌다. 


그러고 보면 개인적으로는 전략이 성공했다. 비록 그 시간에 사람들이 적지는 않아 다소 놀라긴 했지만 사전 투표율이 이 정도 열기임을 감안할 때 일찍 감치 투표를 하니 기다리지도 않았고 '투표하러 가야 하는데' 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고 그저 편안하게 지켜볼 수 있으니 말이다. 


선거에도 전략이 필요하듯 투표해도 나름 전략이 아닌 전략이 필요한데 이번에 통한 것 같다. 그러나 아직 본 투표가 남았다. 그야말로 본격적인 투표일이다. 사전 투표율이 이 정도니 본 투표하시는 분들은 조금 부담을 덜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시면 좋겠다. 부디 9일 하루 동안 인원들이 고루 잘 분산되어 모두들 안전하고 건강하게 투표를 잘 마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쉽지 않은 과정 속에서 한 표, 한 표를 행사한 혹은 행사할 국민들의 간절한 마음들이 쌓이고 모여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 할 대통령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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