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생체리듬에 맞는 생활이 필요한 이유
요즘 재택근무의 빈도 수가 높아짐에 따라 재택근무의 삶도 익숙해지고 있다. 남들은 재택근무를 하면 무조건 '쉴 수 있어서 좋겠다'라고 말하지만 출퇴근만 없다 뿐이지 전체적인 하루 일과는 출근했을 때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다만, 업무 시작 시간 전까지 계획서를 보내야 하고 퇴근 시간에 맞춰 하루 동안 수행한 내용을 실적보고서에 담아 제출해야 한다는 점이 다를 뿐. 그러니까 부차적인 일들까지 추가로 주어지는 셈이다.
그런데 재택근무의 비율이 높아지다 보니 나름 부작용 아닌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바로 주말이나 공휴일 아니면 개인 휴가를 써서 오롯이 쉴 수 있는 날에도 뭔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증상이다. 얼른 시간에 맞춰 메일을 보내야 할 것 같고 업무 관련한 연락을 기다리며 계속 확인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예전 재택근무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는 출근하지 않으면 그냥 회사 일은 잊고 오로지 마음 편안하게 있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주말이나 공휴일, 휴가날 등 출근하지 않는 날에도 어쩐지 재택근무하는 날인 것처럼 느껴져 자꾸 시계를 보고 점심시간을 기다리며 혹시 업무적으로 연락이 올까 핸드폰을 주시하게 된다. 자꾸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적어도 아침 9시에서 저녁 6시까지는 마음 편히 쉴 수 없다. 이것도 새로 생긴 일종의 직업병이라면 직업병일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이상한 습관 아닌 습관도 생겼다. 일단 눈을 뜨면 오늘이 출근하는 날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고, 출근을 안 하는 날이면 재택근무 날인지 공휴일인지 주말인지 개인 휴가를 쓴 날인지 등을 확인하고 나서야 일어나는 습관이 그것이다. 예전에는 주말이든 공휴일이든 개인적 휴가든 그냥 출근 안 하는 날로 퉁치던 것이 이제는 세부적으로 신경 쓰게 된 것이다. 주말보다는 아무래도 평일에 쉬는 것이 좀 더 재택근무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면 약 2여 년 동안의 생활 패턴을 바탕으로 인체는 항상성을 유지해서 '출근하지 않으면 재택근무'라는 공식을 익힌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모르게 은연중에 자꾸 의식을 하게 되니 말이다. 따지고 보면 재택근무를 몸에 익히는 것도 쉽지 않았다. 생활 패턴이 바뀌니 더 피곤하고 더 정신없었다. 근데 이제 겨우 익숙해졌는데 거기다 그냥 쉬는 날은 쉬는 날이라는 새로운 개념도 익혀야 하니 머리나 몸이 혼란스러운 게 아닐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해본다.
앞으로 사회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생활 패턴으로 변화되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진행되어 왔던 것처럼 획일적으로 출근 혹은 출근하지 아닌 날 등의 이분법이 아니라 출근하지 않아도 재택근무와 휴가로 나눠지고 또 출근했을 때도 하루 종일 일하는 것과 일정 시간만 일하는 방식 등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세분화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지금 나의 혼란스러운 인식이 어쩌면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는 고정화된 패턴에 익숙해지지 않고 다양한 패턴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해야겠다. 보다 다양한 삶의 패턴에 익숙해지고 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때 시간에 끌려다니지 않고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일은 재택근무 없이 그냥 쉬는 날이다. 따라서 오로지 쉬는 모드로 전환해야겠다. 마침, 사전 투표도 이미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