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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Mar 25. 2022

우리는 모두 다정해질 필요가 있다.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리처드 도킨슨의 불멸의 역작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나서 충격 아닌 충격을 받았다. 진화의 주체가 우리 몸이 아니라 우리 몸은 단지 유전자가 살아남는 과정에서 이동하는 수단일 뿐이라는 내용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유전자는 자신들이 가장 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인간의 몸을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화의 과정을 사람 몸이 주체가 아니라 유전자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점이 대단히 흥미로웠고 '이기적'이라는 용어는 유전자 자체가 이기적이니 착하니 할 수 없지만 생존에서 살아남았으니 인상적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듯하다.


어쨌든 이 책을 계기로 유전자, 뇌과학, 신경물질 등 인류의 진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관련 책들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기적 유전자와 상반된 표현으로 눈길을 끈 책이 있었다. 바로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였다.


살아남은 유전자를 이기적으로 표현했을 만큼 생존경쟁이 치열했다는 의미인데 또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니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다. 저자는 책에서 개, 여우, 보노보와 침팬지 등의 동물들을 대상으로 같은 종 내에서 어떤 개체가 더 진화에 유리할까를 실험했는데 다정하고 협동력이 강한 개체들이 살아남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실제 호모 사피엔스라는 우리 인류의 조상은 네안데르탈인 등 여러 종과 같이 존재했다가 현재 유일하게 살아남았는데 그 차이가 바로 다정하고 협력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기적 유전자'에서는 시시각각 바뀌는 환경에 더 잘 대응하는 유전자가 살아남았다고 했는데 이를 접목시켜 보면, 다정하고 협력이 가능한 유전자가 있는 개체가 환경에 더 적응이 빨랐고 생존에 더 유리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자기가축화'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특정 종이 스스로 가축화되는 현상을 뜻하는 것으로 자기가축화가 되면서 공격성이 줄어들고 인내심이 증가하게 됐다고. 즉 같은 종들 중에서 다정한 유전자가 있는 개체가 살아남으면서 이들 스스로는 자기가축화를 통해 더욱 가속화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우리 사회에서는 어떠한가? 우리 인류가  종에 비해 살아남은 것이 다정함과 협력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 사회는 혐오와 증오가 판을 치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종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학살 수준의 행위까지 이어졌고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는 연민과 공감능력이 있으며 집단 내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능력은 진화를 통해서 획득한 우리 종 고유의 특성이다. 하지만 이 친절함은 우리가 서로에게 행하는 잔인성과도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본성을 길들이고 협력적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우리 내면에 최악의 속성의 씨앗을 뿌린 것도 동일한 뇌 부위에서 모두 일어나는 일이다.


책에서는 친절로 살아남은 우리 종이 반대로 가장 잔인해질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 내부 집단에게는 한 없이 친절하고 도움을 주고 상생의 길을 생각하지만 타 집단으로 규정해 버리면 비인간화함으로써 그때부터는 친절함을 가진 물질이 작동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만 보더라도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국민들이 서로 도움을 주면서 극복해냈다. 코로나19가 초기 단계에서 마스크가 부족했을 때에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마스크를 기부하는 누군가가 있었다. 반면, 젠더 간 갈등, 세대별 갈등, 지역 간 갈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최고조에 이르고 있기도 하다. 비약일 수 있지만 어쩌면 같은 편에게는 가장 친절한 사람이 다른 편에게는 가장 잔인해질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다른 나라로 이어지면 인종차별, 종족 간 갈등 등을 설명할 수 있다. 다른 집단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인간 이하의 유인원 등으로 비인간화해 같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한 없이 잔인해질 수 있고 혐오의 대상으로 여길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에서는 일부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접촉을 하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당시 히틀러가 게르만족의 우월성을 내세워 유대인들을 비인간화해 제노사이드를 이어나갈 때 목숨을 걸고 이들을 탈출시킨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을 조사해보니 그들의 친구나 동료가 바로 유대인이었던 것이다. 누군가와 세워놓은 혐오의 벽을 자신들이 직접 접촉하면서 내집단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혐오와 갈등, 반목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타 집단과의 접촉을 늘리면서 타 집단에 대해 잔인하고 증오를 일삼던 본성 대신 친절하고 협동력이 강했던 본성을 더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부색이나 성장 배경 혹은 종교를 이유로 누군가를 미워하도록 타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혐오는 학습되는 것임이 분명하며 학습을 통해서 누군가 혐오한다면 타인을 사랑하도록 배울 수도 있다. 사랑이 그 반대보다 사람의 마음속에서 더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류는 다정함을 무기로 살아남았지만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정함을 끌어내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우리가 다정함을 잃고 잔임함만을 내세운다면 우리 모두 살아남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집단을 끊임없이 나누고 타자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정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돌이켜 보면, 친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친절하고 다정했던 것 같다. 기꺼이 협력하면서 일을 해나기도 했다. 그러나 나와 생각이 맞지 않는 사람, 다른 집단에 속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한 없이 비인간화해 낮추려고 한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아니 있었다.


이제는 그동안 내가 규정했던 내집단을 좀 더 확장해 나가도록 하겠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되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에는 다정함을 널리 퍼뜨러 모두에게 전파될 수 있도록 하는 마음까지 담을 예정이다. 결국 다정한 것이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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