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해결의 조건

제1의 조건, 감정 억제하기

by 임진

월요일마다 회의가 열린다. 가뜩이나 월요일 아침이어서 그냥도 부담인데 회의까지 열리니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특히 회의가 끝나면 어떤 내용이 논의되었는지 정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어 더욱 부담이라면 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먼저 녹음본을 듣고 초안을 작성해주는 담당자가 있어 그 초안을 바탕으로 내용을 정리하면 그나마 수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면서도 내용 중심으로 또 분류해야 하고, 단계적으로 보고 체계도 있는 터라 시간도 촉박하다. 여러모로 일주일 중에서 제일 부담인 업무이다.


그런 부담을 한 아름 앉은 채 늘도 출근길에 올랐다. 도착해보니 초안을 작성해 주는 담당자가 출근하지 않았다. 그 담당자가 사전 작업을 해주지 않으면 처음부터 녹음을 듣고 일일이 작성해야 하는데 아무런 말도 없이 휴가를 써 버린 것이다.


화가 났는데 그 사람 일까지 해야 해서 짜증이 나는 것보다 말도 없이 오지 않은 것에 화가 났다. 마음 같아서는 막 쏘아대고 싶었지만 최대한 정중히 언제까지 줄 수 있냐고 연락해 보았다. 개인적인 일 때문에 출근을 못했다며 내일까지 준다고 했는데 거기에는 미안하다거나 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본인 업무인 거 몰랐냐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막상 보내는 내용에는 사전작업을 해주셔야 진행이 되는데 본인이 없다고 내일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없으면 내가 대신해야 한다고. 그러니 다음에는 미리 말해 주기 바란다고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며 답했다. 그러자 알겠다고 하면서 그런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예 그동안 너무 잘해줘서 몰랐는데 내가 직접 해보니깐 쉽지 않다고 오늘 볼 일 잘 보시고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니깐 그제야 미안하다고 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답변이 왔다.


처음에 감정적으로 대응했다가 자칫 갈등으로 번질 뻔했는데 한 번 참고 대한 정중하게 말하니 상대방도 미안한 듯 답변이 온 것이다.


그러고 보면 갈등이나 분쟁이 생겼을 때 어떻게 첫 기조를 유지하고 해결해 나가느냐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네가 먼저 잘못했으니 무조건 탓을 하는 게 아니라 조심스럽게 상황을 설명함으로써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쉽지 않았지만 어쨌든 잘 대응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밀려왔다.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내가 해야 하는데 짜증 내면서 하는 것보다 어쨌든 좋게 마무리하니 마음 편히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었다면 하루 종일 분노의 싹이 점점 커졌을 수도 있었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조직 생활을 한다는 것은 이런 갈등이나 분쟁을 어떻게 풀 것인가의 연장선이 아닐까 싶다.


상황은 늘 나를 시험하고 곳곳에 지뢰밭을 숨기는데 어떤 대응, 어떤 선택을 해 나가느냐가 나를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때로는 조절하지 못해 또다시 분노하고 후회하는 순간도 있겠지만 그 선택을 줄이고 좀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다음에는 좀 더 의연하고 성숙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이전 09화새로운 길은 어긋난 계획에서 발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