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가?

각자도생의 시대

by 임진

주말 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발생했다. 핼러윈을 맞이해 이태원을 찾았던 사람들이 싸늘하게 주검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처음 온라인을 통해 이 글을 보고 가짜 뉴스인 줄 알았다. 아무리 가짜 뉴스가 판치고 아님 말고식의 이야기가 만연하다 해도 하필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치냐 싶어 불쾌하기까지 했다. 차라리 TV나 보자는 생각에 TV를 틀었는데 잠시 뒤 속보로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도대체 서울 한복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목도하게 되었다.


점점 늘어가는 사망자와 사상자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모처럼 여유 있게 맞은 토요일이어서 하루 종일 볼일 보느라 돌아다녀 피곤했는데도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 새벽에 겨우 잠이 들었는데 관련 소식을 계속 보고 잠들어서 그런지 꿈에서도 정신이 없었고 불과 몇 시간이 되지 않아 바로 눈이 떠졌다. 이른 아침이었다. 보통 새벽에 자면 일요일 낮까지 푹 잠을 자곤 했는데 이번에는 새벽에 잠이 들었음에도 아침 일찍 눈이 떠진 것이었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어느새 사망자가 150여 명으로 늘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혼란스러웠다. 그때 갑자기 메시지가 울렸다. 회사에서 보내온 것이었는데 피해는 없는지 확인하는 문자였다. 일요일 이른 아침 시간이었음에도 우리 과원들은 바로바로 피해가 없다는 메시를 보냈다. 모르긴 몰라도 다들 충격적인 소식에 잠을 설친 모양이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비몽사몽 했지만 쉽사리 다시 잠들지 못했다. 정부에서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다음 주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하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사실 사람들이 몰려 위험하다고 느낀 것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매일 이 기분을 느끼는데 바로 출퇴근길이다. 이미 포화상태임에도 계속 밀고 들어가기 일쑤고 환승역에서는 위험하다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고 꽉 차곤 했다. 특히, 비가 오거나 지하철에서 시위를 하는 날에는 사람들이 더욱 몰리면서 공간이 없는데 나 역시 이번 차를 타지 않으면 늦는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사람들 틈을 비집고 타곤 했었다. 겨우 탔다는 안도감을 느끼면서.


그동안 다행히도 사고가 없었던 건 위험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반복되다 보니 사람들이 몰려 있어도 나조차도 크게 위험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어딜 가나 사람들이 많고 복잡한 것을 그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당연한 것이 아닌데 언제라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인데. 지금까지 그랬었기 때문에 당연하다 그저 생각했다.


그러나 참사가 일어나는 건 한 순간이다. 이렇게 아까운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가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가 어느 정도 수습이 되면 이제 곧 TF가 구성되면서 사회 전반적인 대책 마련이 곧 마련될 것이다. 그런데 가슴이 아픈 건 항상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비로소 대책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꼭 큰 희생을 치르고 나서야 문제점이 지적되고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것이다. 얼마나 더 큰 희생을 치러야 하는 것일까.


허망하고 가슴 아픈 참사로 당분간은 멍하게 보내게 될 것 같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누리지 못했던 축제를 이제야 즐길 수 있다는 기쁜 마음으로 들떴을 청춘들. 그 외출이 마지막 외출이 될 줄이야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런 환경에서도 크게 문제가 없었으니 너희도 그러겠지라는 안일함이 불러온 무책임한 참사에 심각한 유감을 느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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